IT 핫픽 - 우주에 쥐 75마리 보낸 러시아

쥐 보관 장치 내부 모습 / Roscosmos
쥐 보관 장치 내부 모습 / Roscosmos

지난 20일 러시아가 우주로 특별한 손님들을 보냈어요.

바로 쥐 75마리예요.

이들은 '바이온-M 2호(Bion-M No.2)'라는 생물위성을 타고,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2.1b 로켓에 실려 발사됐어요.

소유즈 2.1b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바이온-M 2호(Bion-M No.2)’ / 유튜브 @VideoFromSpace

위성은 한 달 동안 지구 궤도를 돈 뒤, 낙하산을 이용해 러시아 땅으로 귀환하게 되는데요.

러시아가 특별한 손님들을 우주로 보낸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는 인류의 달·화성 탐사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예요.

왜 쥐를 보냈을까?

러시아우주공사(Roscosmos, 로스코스모스)는 쥐의 유전자가 인간의 유전자와 아주 유사하다고 설명해요.

인간 유전자와 유사한데다 수명이 짧으니 세대에 걸쳐 어떻게 변해왔는지 빠르게 추적할 수 있고, 방사선에 대한 민감도도 높다고 알려져 쥐가 선택된 거예요.

생쥐와 같은 설치류는 우주 비행이 뇌, 심혈관 계통, 뼈,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에 제격이라 러시아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임무에 계속 활용해왔어요.

쥐 75마리를 한 달간 우주로 보내는 프로젝트 / Roscosmos
쥐 75마리를 한 달간 우주로 보내는 프로젝트 / Roscosmos

러시아과학원 우주연구소(IKI)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생의학문제연구소(IMBP) 과학자들은 세 그룹의 쥐를 준비했어요.

첫 번째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지내는 그룹, 두 번째는 지상 실험실의 비행 장비를 갖춘 환경에서 대조군으로 생활하는 그룹.

세 번째는 우주 궤도에서 한 달 동안 실험에 참여하는 그룹인데, 바로 이 그룹이 이번에 우주로 올라간 손님들이에요.

이렇게 나눈 이유는 우주 환경이 생명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비교하기 위함이에요.

위성 안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설치돼 있고, 일부 쥐에게는 칩이 심어져 있어서, 연구자들이 실시간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요.

바이온-M 2호 임무용 실험체 / Roscosmos
바이온-M 2호 임무용 실험체 / Roscosmos

우주로 간 '노아의 방주'

바이온-M 2호는 쥐뿐 아니라 초파리 천여 마리, 식물 씨앗, 세포 배양물, 미생물도 함께 싣고 갔어요.

초파리는 초기 우주 생물학 실험에서 자주 사용됐고, 1947년 미국의 V-2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간 최초의 생물체였어요. 곤충은 작은 크기와 빠른 세대 교체로 우주 환경에서 유전자 및 세포 변화 실험을 수행하기에 적합하거든요.

식물 씨앗은 우주에서 발아와 성장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꾸준히 임무에 포함되고 있고, 다른 생물체들도 생명체의 미세중력 환경 적응 능력과 세포 구조 변화 같은 연구에 쓰이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 위성은 '노아의 방주'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인공 월면토도 실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위성엔 달 표면을 흉내 낸 인공 월면토(Lunar simulant)도 실려 있다는 거예요.

달의 고위도 지역에서 발견되는 먼지와 암석을 모방한 물질이 시험관에 담겨있는데요. 이 물질은 우주에서 한 달 동안 방사선과 진공 환경에 노출된 뒤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돼요.

과학자들은 이를 분석해 달 기지 건설 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확인하려 해요.

미시간 공과대학교의 행성 표면 기술 개발 연구소에서 인공 월면토를 이용해 로버를 시험하는 모습 / Michigan Technological University
미시간 공과대학교의 행성 표면 기술 개발 연구소에서 인공 월면토를 이용해 로버를 시험하는 모습 / Michigan Technological University

방사선, 인류의 가장 큰 장벽

우주 탐사에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바로 우주 방사선이에요.

지구는 대기와 자기장이 우리를 보호하지만, 그 바깥에서는 우주 방사선이 끊임없이 쏟아져요. 이 방사선은 인체에 축적되면 면역력 약화, 세포 손상,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요.

특히 바이온-M 2호가 지나갈 궤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방사선이 약 30% 더 강한 구역이에요. 연구자들은 쥐와 초파리를 통해 우주 방사선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주 비행사의 건강 관리 기준을 새롭게 세우려 해요.

오래된 역사, 새로운 도전

사실 러시아(구 소련)는 동물을 우주에 보내온 오랜 전통이 있어요.

러시아는 1957년, 세계 최초로 생명체를 우주로 보냈는데요.

당시 라이카(Laika)라는 이름의 개가 스푸트니크 2호(Sputnik 2)에 탑승해 우주로 날아갔지만, 귀환 장치가 없어 임무 중 사망했답니다.

이 실험은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생명체의 우주 여행 가능성을 입증한 중요한 사례로 알려져 있죠.

1960년엔 벨카(Belka)와 스트렐카(Strelka)라는 개도 스푸트니크 5호에 탑승해 우주로 날아갔는데, 귀환에 성공했어요. 이로 인해 소련은 인간 우주 여행 가능성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후 원숭이를 포함해 다양한 곤충과 식물을 차례로 우주에 보내 생명체의 한계를 시험했어요.

2013년 발사된 바이온-M 1호도 한 달 동안 지구 궤도를 돌며 쥐, 도마뱀, 달팽이 등을 실험했고, 이번 바이온-M 2호는 그 뒤를 잇는 차세대 생물위성 프로젝트인 셈이에요.

우주 임무에 앞서 훈련 캡슐에 탑승한 라이카 / Sputnik
우주 임무에 앞서 훈련 캡슐에 탑승한 라이카 / Sputnik

바이온-M 2호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한 달간의 궤도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할 예정이에요.

이번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인류가 달과 화성에 안전하게 정착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거랍니다.



※ 이 기사의 교육용 PDF 파일은 22일 20:00 이후 업로드 됩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