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화면은 흐릿하고 노이즈가 많아 전문가가 아니라면 판독하기가 쉽지 않아요. 때로는 판독을 잘못해 병을 키우기도 하죠. 이젠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포스텍은 김철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가 박덕호 에스포항병원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영상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어요.
이번 연구는 간단해 보이지만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성과여서 의료영상분야 최고 권위학회 'MICCAI 2025'가 상위 9%에게만 주는 조기승인 논문에 선정됐다는군요.
병원에서 빠른 속도로 촬영하는 초음파 영상은 선명하지가 않아요. 정확한 진단의 걸림돌로 작용하죠. 초음파는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고, 실시간으로 몸속을 볼 수 있어 안전하고 경제적지만 촬영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있어요.

'집속빔 초음파(FBUS)'는 한 점에 소리를 모아 촬영해 화질은 선명한 반면에 촬영속도가 느리고, '평면파 초음파(PWUS)'는 소리를 넓게 퍼뜨려 매우 빠르게 촬영할 수 있지만 화질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요.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단계 AI 기술을 설계했어요. 첫 단계에서는 '디퓨전(diffusion)'을 활용해 흐린 '평면파 초음파' 영상을 '집속빔 초음파' 영상처럼 선명한 영상으로 변환했어요. 마치 흐릿한 사진을 고화질로 보정해주는 스마트폰 앱과 같은 원리죠.
이어, 두 번째 단계에서는 초음파 기계가 수집한 원시 신호(RF 신호) 단계부터 고품질 영상을 재구성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어요. 이 모델은 다양한 주파수 정보를 동시에 고려해 세밀한 조직과 혈관 구조까지 또렷하게 살려내죠.

이번 연구는 에스포항병원에서 실제 환자 데이터를 사용해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경동맥과 갑상선, 근골격계(팔·다리 근육과 뼈 주변) 등 부위에서 임상용 초음파 장비를 활용해 고해상도 영상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음을 확인했어요.
이는 단순히 연구실에서 끝나는 성과가 아니라, 지역 병원과 대학간의 유기적인 팀워크를 바탕으로 환자 곁 의료 현장에서 기술을 바로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죠.
김철홍 포스텍 교수는 “초음파 기계가 만들어 내는 원시 신호 단계에서 곧바로 바로 고화질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라며 “초음파 검사의 정확성을 높여 환자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지역 의료 현장부터 대형 병원까지 초음파 촬영 기술의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힐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박덕호 에스포항병원 교수도 “지역 병원과 대학이 협력해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