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핫픽 - 한글은 얼마나 대단한 문자일까?

2025년 10월 9일은 제579돌째 한글날입니다.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죠.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예요. 세종대왕의 애민(愛民) 정신과 조선의 문화적 자주성이 담긴 위대한 유산이죠.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한글이 얼마나 대단한 문자인지 창제 목적과 제자 원리를 살펴보고,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문화적 가치를 공부해볼 거예요.

왜 한글날은 10월 9일인걸까?
훈민정음 서문
훈민정음 서문

한글날이 10월 9일로 정해진 이유는 1446년 음력 9월 상순(1~10일)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이 반포되었다는 기록에 따라, 이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한글날이 10월 9일이었던 것은 아니예요. 10월 9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1926년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가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해 기념했으나, 이후 양력 환산 과정에서 1934년부터 10월 28일에 기념했었죠. 그러다가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정인지의 서문에 '세종 28년 9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이 뒤늦게 확인됐어요. '상한'은 1~10일을 의미하므로, 9월 10일을 반포일로 삼았어요.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0월 9일이 됩니다. 이 날짜를 1945년 광복 이후 공식적으로 한글날로 확정한 거예요. '가갸날'에서 지금의 '한글날'로 명칭이 바뀐 것은 1928년부터죠.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

지구 상에는 7000개 이상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해요. 이 가운데 글자(문자)가 있는 언어는 300여개뿐이죠. 그 300여개 언어 가운데 언제,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가 분명한 문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 유일하답니다.

한글의 역사적 배경은 단순한 문자 창제를 넘어, 민본주의와 문화적 자주성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어요.

◇ 창제의 시대적 배경

15세기 조선,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한자를 익히기 어려워 글을 읽고 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을 깊이 인식했어요. 당시 조선의 공식 문자는 한자였지만, 이는 지배층만의 문자였고, 일반 백성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법령을 이해할 수 없었죠. 세종은 이를 사회적 불평등과 소통의 단절로 보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문자 체계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 창제 철학과 원리

세종은 1443년,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에 착수했고, 1446년에 반포했습니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민중을 위한 문자라는 철학이 담겨 있어요.

자음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모음은 '천·지·인(天地人)'의 원리를 본떠 만들어졌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자 체계로 평가받고 있죠.

기존 문자 체계의 한계는 분명했어요. 당시 사용되던 이두, 향찰 등은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쓰는 방식으로, 체계가 없고 의미 전달이 어려웠어요. 정인지의 표현에 따르면 “막혀 잘 통하지 않고, 품위도 없고 체계도 없어 상고할 길이 없다”고 했을 정도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한글

한글은 전세계적으로 배우기 쉬운 문자로 인정받고 있어요. 일정 연령대의 인구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문맹률'이라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공식 문맹률은 1% 이하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합니다.

한글이 배우기 쉬운 문자라는 의미죠. 한글이 배우기 쉬운 이유는 단순히 글자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설계 자체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직관적이기 때문이에요. 아래에 그 핵심 이유들을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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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과 모음의 단순한 구성

한글은 기본 자음 14자, 모음 10자만 익히면 대부분의 단어를 읽고 쓸 수 있어요. 이들을 조합하면 수천 개의 음절을 만들 수 있어, 적은 글자 수로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죠.

◇ 발음 기관을 본뜬 자음 설계

자음은 입술, 혀, 목구멍 등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어요. 예를 들어 ㅁ은 입을 다문 모양, ㄴ은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이죠. 덕분에 글자 모양만 봐도 어떤 소리인지 유추할 수 있어요.

◇ 철학적이고 직관적인 모음 구조

모음은 '천(ㆍ), 지(ㅡ), 인(ㅣ)'이라는 삼재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되었어요. 이 원리를 이해하면 모음의 조합 방식도 쉽게 익힐 수 있어요.

◇ 조합형 문자 구조

한글은 초성 + 중성 + 종성의 조합으로 음절을 구성해요. 예를 들면 ㄱ + ㅏ + ㅁ = 감이 되는 방식이죠. 이 조합 방식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이라 학습자에게 익숙해지기 쉬워요.

◇ 빠른 학습 가능성

한글은 단 며칠 만에 읽고 쓰는 법을 익힐 수 있는 문자로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외국인들도 한글을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은 편입니다. 최근 K드라마, K뮤직, K무비 등 우리나라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죠.

◇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문자

한글은 자판 입력이 간단하고 효율적이에요. 자음과 모음만 알면 어떤 단어든 쉽게 입력할 수 있어, 정보 처리 속도도 빠릅니다.

한글은 단순히 배우기 쉬운 문자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류애적 발명품이에요.

한글과 다른 문자와 무엇이 다를까?

한글은 세계 문자들 가운데서도 독창성과 과학성 면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다른 문자 체계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죠.

문자 유형 비교
문자 유형 비교

◇ 구조적인 차이점

한글은 조합형 문자입니다. 초성(자음) + 중성(모음) + 종성(받침)을 조합해 하나의 음절을 만듭니다. 자음 'ㄱ'과 모음 'ㅏ'가 합쳐지면 음절 '가'가 만들어지죠. 이에 비해 다른 문자들은 대부분 선형적입니다. 알파벳이나 음절문자는 글자가 좌→우로 나열되며, 조합보다는 나열 중심이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한글은 발음 기관의 형태를 본떠 만든 문자로, 자음은 혀·입술·목구멍의 모양을, 모음은 천·지·인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 학습 난이도와 효율성

한글은 배우기 쉬운 문자로 평가받습니다. 자음과 모음의 규칙적인 조합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읽고 쓸 수 있게 되죠. 한자나 아랍어는 글자 수가 많거나 발음 예측이 어려워 학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한자는 매년 수없이 많은 글자들이 새로 만들어기기 때문에 모두 익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일본어 음절 문자는 소리 표현이 제한적이라 외래어 표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외국인들은 일본 외래어 표기와 발음을 보고 듣고도 어떤 단어인지 쉽게 알지 못하죠.

◇ 문화적 차이

한글은 민중을 위한 문자로 창제되었고, 사회적 평등과 소통의 도구로 기능했습니다. 반면, 한자나 라틴 문자는 오랜 역사와 계층적 사용을 기반으로 발전해왔어요. 그래서 한글을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철학·과학·문화가 융합된 문자라고들 평가하죠.

오늘날 한글의 의미

한글날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글날의 현대적 의미는 단순히 문자 창제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우리말과 글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화적 가치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

◇ 표현의 자유와 평등의 상징

세종대왕은 백성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했어요. 오늘날 한글은 모두가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상징하며,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 문화 정체성과 자긍심의 재확인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과 정신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자로 인정받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죠.

◇ 디지털 시대의 감성 회복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손글씨 캠페인이나 캘리그래피 등으로 느린 글자의 감성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한글은 정보 전달을 넘어서 감정과 온기를 담는 매개체가 되고 있어요.

◇ 일상 속 예술과 창의성의 도구

한글은 이제 디자인, 패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한글을 입은 일상'이라는 말처럼, 한글은 감각과 정체성의 언어로 재탄생하고 있죠.

문자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제프리 샘슨 영국 서식스대학 교수는 한글을 두고 “인류가 축적한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라고 했어요.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라 불리는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깨치는 데 하루면 족할 만큼 한글은 과학적이고, 의사소통에 편리한 글자”라 소개했죠.

게리 레드야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글이 세계 문자 역사상 글자 모양과 기능을 연결한 유일한 글자이며, 이런 노력은 '언어학적 호사'”라며 찬사를 보내죠.

우리나라 문맹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것도 위대한 한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무한한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