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쌓이면 냉장고문부터 연다”…KAIST, IoT센서로 정신건강 읽는다

성과를 낸 KAIST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전산학부의  이찬희 박사과정, 이의진 교수, 이현수 교수, 고영지 박사과정.
성과를 낸 KAIST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전산학부의 이찬희 박사과정, 이의진 교수, 이현수 교수, 고영지 박사과정.

가정 내 설치된 사물인터넷(IoT)으로 집 안에서의 행동을 분석해 정신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열렸어요. 개인 맞춤형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의진 전산학부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가정 내 IoT 데이터를 활용, 일상 리듬의 흐트러짐이 정신건강 악화 신호임을 규명했어요.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선 꾸준한 상태 파악이 중요한데, 기존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반 추적 방식은 기기를 착용·소지하지 않는 집 안에서는 데이터가 누락될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었어요.

연구팀은 가정 내 환경 데이터에 주목했어요. 가전제품과 수면 매트, 움직임 센서 등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마트폰·웨어러블 데이터와 함께 분석했죠. 그 결과 IoT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때 정신건강 변화를 훨씬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수면시간 감소는 우울·불안·스트레스 수준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됐으며, 실내 온도 상승 또한 불안 및 우울과의 상관관계를 보였죠.

행동 패턴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냉장고 사용이 늘어나는 '폭식형', 활동량이 급감하는 '무기력형' 등으로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생활 패턴이 불규칙할수록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경향이 뚜렷했어요. 규칙적인 생활이 정신건강 유지 핵심임을 시사하는 거죠.

이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정 내 IoT 데이터가 개인의 생활 맥락 속에서 정신건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였다”며 “향후 AI를 활용해 개인별 생활 패턴을 예측하고 맞춤형 코칭이 가능한 원격 의료 시스템 개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어요.

이번 연구에는 고영지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ACM인터랙티브, 모바일, 웨어러블 및 유비쿼터스 기술 논문집 9월호에 게재됐어요.

연구는 LG전자-KAIST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센터와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됐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