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수소를 생산할 때 핵심기술인 '고체산화물 전해전지(SOEC)' 세라믹 분말 소결을 기존 6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하고, 온도도 섭씨 1400도(℃)에서 1200℃로 낮추는 공정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어요. 전지를 제조할 때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크게 줄여 친환경 수소 시대를 앞당길 혁신으로 평가된다는군요.
소결이란 말이 낯설죠? 소결은 전지를 이루는 세라믹 가루를 고온에서 구워 결합시키는 과정이예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가스가 새지 않아 폭발 위험이 없고, 산소 이온이 손실 없이 이동하며, 전극과 전해질이 단단히 밀착돼 전류 흐름이 원활하게 진행됩니다. 전해전지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예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강택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그린수소 고성능 전해전지 초고속 제조 기술을 개발해 유명학술지에 발표했어요.
기술 개발의 힌트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자레인지 원리에서 나왔어요. 연구팀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재료를 내부부터 균일하게 가열하는 '체적가열'기술을 적용해, 기존 수십 시간이 소요되던 소결 과정을 30배 이상 단축했어요.

기존에는 140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처리해야 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내부부터 동시에 가열함으로써, 단 10분 만에 1200℃에서도 안정적인 전해질 형성이 가능함을 입증한 거예요.
기존 공정에서는 세리아(CeO₂) 와 지르코니아(ZrO₂)가 너무 높은 온도에서 서로 섞여 재료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KAIST의 새 기술은 이 두 재료가 서로 섞이지 않는 알맞은 온도에서 단단하게 붙도록 조절해, 치밀한 전해질층을 만들어냈죠.
그 결과, 새롭게 제작된 전지는 750℃에서 분당 23.7밀리리터(㎖) 수소를 생산하고, 25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우수한 내구성을 보였어요.
기존 방식으로는 가열, 유지, 냉각 과정을 모두 포함한 전체 제조 시간이 약 36.5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마이크로웨이브 기술은 70분 만에 완료돼 약 30배 이상 빠른 제조 속도를 보였죠.
연구진은 3차원 디지털 트윈 분석(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고속 가열하는 소결 공정이 전해질(전지 속 재료) 치밀도를 높이고, 연료극 내 산화니켈(NiO) 입자가 비정상적으로 커지지 않도록 조절함으로써 수소 생산 효율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어요.
이강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성능 고체산화물 전해전지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제시한 성과”라며 “기존 공정 대비 에너지 소비와 시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어요.

유형민·장승수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어드벤스드 머티리얼스 10월 2일자 온라인판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