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인적이 드문 공원을 산책할 때 조명이 어두워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 걱정을 덜기 위해 공원 산책길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조명 시스템이 설치된다고 하네요.
AI·사물인터넷(IoT)·태양광·최적조명 기술을 융합한 '생활건강공간 전용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개발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몇몇 공원 산책로에 시스템을 시범 설치,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시범 설치된 공원은 △창원 반송공원 △남원 솔바람길 △통영 이순신공원 등이예요.
전국 조성된 산책로와 둘레길은 1만7000개소가 넘어요. 상당수 구간이 어둡거나 조명 밝기가 불균일해 안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죠. 그렇다고 저녁과 새벽 내내 조명을 밝게 켜둘 수도 없어요. 과도한 조명으로 인한 빛공해 문제도 있거든요. 나무 같은 식물성장에 지장이 주거나 원치 않는 벌레가 꼬이고, 근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의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연구팀은 국내외 보행자 조명 기준을 분석하고, 다양한 실증 실험을 통해 산책로에 최적화된 밝기 수준과 배광 방식(조명기구에서 빛이 공간에 퍼지는 형태와 방향)을 과학적으로 도출했어요. 그 결과 야간 보행자의 안전 확보는 물론 빛공해를 최소화했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했어요.
시범 공원에 새로 설치한 스마트 조명 시스템은 단순히 산책로에 조명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서 다양한 지능형 안전관리 기술이 통합된 것이 특징이예요. 먼저, 레이저 센서를 통해 보행자를 감지해 조명을 제어하고, AI 영상분석으로 이용자 사고 상황 판단, 사고 발생 시 즉시 관제센터에 알림을 전송하는 기능을 갖췄어요.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관리가 가능해 보다 체계적인 보행자 안전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해요. 또 혹한, 고온 등 야외 산간 기상환경에 적합한 태양광 장수명 커패시터 배터리 기반 독립 전력공급 체계를 적용했어요. 생태보전지역, 습지, 해안가 등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구간에도 친환경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된 거죠.

창원 반송공원에는 기존 조명을 전면 교체하는 방식으로 신규 조명 시스템을 설치했어요. 동일한 소비전력 조건에서 기존 대비 3배 이상 밝기를 확보했고, 특수 렌즈를 적용한 배광 설계로 눈부심 없이 균일한 노면 밝기를 구현했죠.
이용객들은 보다 밝고 안정적인 야간 보행 환경을 체감할 수 있게 됐어요. 이 구간을 이용한 보행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93% 이상이 설치 전보다 안전성과 시환경이 크게 개선됐다고 응답했고, 스마트 기능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가 이어졌다네요.
건설연은 지난해 창원을 시작으로, 올해 8월 남원 솔바람길 산책로, 10월 통영 이순신공원에도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어요. 현재 지역별 산책로 환경 개선 효과를 검증하고 있으며, 경기도 고양, 안산, 화성, 부산, 전남 해남군 등과 확대 적용을 협의하고 있답니다.
박선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은 “이번 성과는 최적의 밝기와 배광 방식을 과학적으로 도출해 적용하고, AI·IoT·태양광을 융합해 산책로 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앞으로도 지자체와 협력해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생활건강공간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