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역사 속 오늘 - 1월 셋째주(애플 리사 출시)

애플 리사(Apple Lisa) / Instagram @80s_renegade
애플 리사(Apple Lisa) / Instagram @80s_renegade

1983년 1월 19일, 애플은 컴퓨터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제품을 세상에 공개했어요.

바로 애플 리사(Apple Lisa)입니다.

리사는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의 기본 모습, 즉 마우스로 클릭하고 아이콘을 누르는 방식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컴퓨터였어요.

글자만 치던 컴퓨터 시대

리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컴퓨터는 키보드로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야 했어요.

검은 화면에 하얀 글자만 뜨는 화면 앞에서, 사용자는 COPY, RUN, DIR 같은 명령어를 정확히 외워서 입력해야 했죠. 한 글자만 틀려도 컴퓨터는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고, 왜 안 되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컴퓨터를 켠다는 건 마치 외국어 시험을 보는 것과 비슷했어요. 설명서를 읽고, 명령어를 외우고, 순서를 지켜 입력해야만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죠.

컴퓨터는 일반 가정용 기기라기보다 연구소나 대학, 기업에서 전문가들이 다루는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리사가 가져온 '화면 혁명'

애플 리사는 이런 흐름을 완전히 바꾸려 했어요.

리사에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가 적용됐습니다.

화면에 창(Window), 아이콘(Icon), 메뉴(Menu)가 보이고, 사용자는 글자를 입력하는 대신 화면을 보며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었죠.

지금은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컴퓨터가 처음으로 사람에게 맞춰진 순간이었습니다.

마우스와 멀티태스킹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한 도구가 바로 마우스였어요.

리사는 마우스를 기본 입력 장치로 사용한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창을 열고 닫거나 파일을 휴지통에 버리는 방식이 당시에는 실제 물건을 다루는 것처럼 느껴졌죠.

또한 리사는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갖추고 있었어요.

문서를 작성하다가 계산이 필요하면 계산기 프로그램을 띄우고, 작업 흐름을 끊지 않아도 됐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컴퓨터가 한 번에 하나의 작업만 처리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업무 효율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이처럼 마우스, 창 기반 화면, 멀티태스킹이라는 개념은 이후 운영체제의 기본 구조가 되었고, 오늘날 윈도우와 맥OS로 이어지게 됩니다.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패는 아니었던 이유

하지만 리사는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어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습니다. 리사의 출시 가격은 약 1만 달러로,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 돈 약 700만 원이었어요. 1980년대 초반 기준으로,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에 가까운 금액이었죠.

또 하나의 문제는 성능이었어요. 리사는 당시로서는 매우 앞선 기능을 담았지만, 그만큼 하드웨어 부담도 컸습니다. 그래픽 화면과 멀티태스킹을 처리하다 보니 동작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고, 일반 사용자에게는 여전히 다루기 부담스러운 컴퓨터였어요.

그럼에도 리사는 실패작으로만 남지 않았습니다.

리사에서 시도된 GUI, 마우스 사용 방식, 창 중심의 화면 구성 같은 개념은 이후 등장한 매킨토시(Macintosh)에 그대로 이어졌어요. 매킨토시는 리사의 아이디어를 더 저렴하고, 더 빠르고, 더 대중적인 형태로 완성한 제품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리사는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컴퓨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미리 보여준 '실험적 모델'이었어요.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