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로봇은 정해진 형태와 구조를 가지고 만들어져요.
한 번 설계된 몸체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죠. 또 부품이 고장 나거나 다리가 부러지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로봇이 최근 등장했어요. 일부가 잘려 나가거나 심하게 손상돼도 계속 움직일 수 있는 모듈형 로봇이에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로봇 '레그드 메타머신(legged metamachines)'을 개발했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로봇은 여러 개의 작은 로봇이 모여 하나의 몸체를 이루는 구조예요.

레고처럼 결합하는 '모듈형 로봇'
레그드 메타머신은 여러 개의 작은 로봇이 결합해 하나의 몸체를 이루는 모듈형 로봇이에요.
각 모듈에는 모터, 배터리, 컴퓨터, 회로기판 등이 들어 있어 하나만으로도 독립적인 로봇으로 작동할 수 있죠.
단독 모듈은 굴러가거나 방향을 바꾸고 점프하는 정도의 움직임이 가능하고, 여러 모듈이 서로 결합하면 훨씬 더 강력한 기동성과 유연성을 보여줘요.
이 로봇의 핵심은 길이 약 50cm의 모듈형 다리예요. 이 다리는 중앙의 구형 구조와 양쪽의 길쭉한 막대 형태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구형 구조 안에는 로봇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치가 모두 들어 있죠. 연구팀은 이를 비유적으로 '신경계', '대사', '근육'에 해당하는 기능이라고 설명했어요.

AI가 진화시킨 로봇 몸체
연구팀은 AI를 이용해 로봇 구조를 진화시켰어요.
자연계에서 생물이 진화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작동하는 진화 알고리즘(evolutionary algorithm)을 사용했죠.
먼저 로봇을 구성할 기본 모듈을 설정한 뒤, 알고리즘이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내도록 해요.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각의 설계를 시험하는데요.
성능이 좋은 구조는 살아남고, 성능이 낮은 구조는 제거된답니다. 이 과정은 여러 번 반복돼요. 또 일부 설계는 서로 결합하거나 변형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기도 해요. 연구팀은 이 과정을 다윈의 자연 선택과 돌연변이를 모방한 진화 과정이라고 덧붙였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로봇 구조는 기존 로봇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어요. 인간 엔지니어라면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형태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물개·도마뱀·캥거루처럼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탄생한 로봇의 움직임이 자연계 동물과 비슷하다는 거예요.
어떤 구조는 물개처럼 몸을 물결치듯 움직이며 이동해요. 또 다른 구조는 도마뱀처럼 빠르게 뛰어다니기도 하죠. 캥거루처럼 강하게 튀어 오르는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이 로봇은 다양한 동작도 수행할 수 있어요.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공중에서 회전하는 등 일종의 곡예 동작도 가능해요. 게다가 뒤집히더라도 스스로 몸을 바로 세우고 이동을 이어갈 수 있죠.
잘려도 멈추지 않는 로봇
레그드 메타머신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손상에 대한 강한 회복력이에요.
일반적인 로봇은 핵심 부품 하나만 고장 나도 작동이 멈추는 경우가 많아요.
메타머신은 구조 자체가 다르답니다. 여러 개의 로봇이 모여 하나의 몸체를 이루는 '로봇으로 이루어진 로봇'이에요.
따라서 일부 부품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멈추지 않죠. 남은 모듈이 즉시 구조를 재조정해 움직임을 이어가요.
또 떨어져 나간 부품 역시 잔해가 되지 않는답니다. 떨어진 모듈은 여전히 독립적인 로봇으로 작동하며 굴러가거나 기어가면서 다시 합류할 수 있죠.
연구팀은 이런 특징을 사실상 '기능적 불멸(functional immortality)'에 가까운 구조라고 설명했어요.

컴퓨터에서 진화해 실제 환경에서 움직이는 첫 사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된 구조들은 실제 로봇으로 제작됐어요.
특히 다리가 3개, 4개, 5개인 로봇 구조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죠.
실험은 단순한 실내 환경이 아니라 다양한 야외 지형에서 이루어졌답니다. 자갈길, 잔디밭, 나무뿌리, 낙엽, 모래, 진흙, 울퉁불퉁한 벽돌길 등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가 진행됐어요.
그 결과 메타머신 로봇은 복잡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했어요. 별도의 복잡한 설정이나 재학습 과정 없이도 점프하거나 회전하고, 뒤집히면 스스로 몸을 바로 세우는 모습을 보였죠.
연구를 이끈 노스웨스턴대의 샘 크리그먼(Sam Kriegman) 교수는 이 로봇이 컴퓨터에서 진화한 뒤 실제 환경에서 움직이는 첫 사례라고 강조했어요. 그는 이 로봇들이 매우 빠르게 조립될 수 있고, 완성되면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했어요. 또 자연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기존 로봇이라면 치명적일 수 있는 손상에서도 쉽게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죠.

스스로 조립하고 진화하는 로봇의 미래
AI와 모듈형 설계를 결합하면 스스로 적응하고 진화하는 새로운 로봇이 등장할 수 있어요.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극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로봇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죠.
재난 현장이나 우주 탐사, 심해 탐사 같은 환경에서는 로봇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메타머신처럼 여러 모듈이 결합한 구조라면 일부가 파손되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계속 작동할 수 있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로봇이 스스로 진화하고 적응하는 존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크리그먼 교수는 진화 과정이 인간이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설계를 발견하게 해 준다고 밝혔어요. 또 현실에 가까운 환경에서 구조를 진화시키는 방식이 새로운 기술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하면서 앞으로 등장할 로봇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될지도 몰라요.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