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핫픽 - 머리카락보다 10배 얇은 초소형 로봇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봇(microrobot) / Leiden University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봇(microrobot) / Leiden University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로봇이 최근 개발됐어요.

이 로봇은 칩도 없고 센서도 없는데, 스스로 헤엄치고 장애물도 피하며 길까지 찾아가요.

놀라운 점은, 어떤 프로그램 없이도 이런 움직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이 로봇은 어떻게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까요?

코드도 없이 움직이는 로봇

일반적인 로봇은 센서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주변을 인식하고 움직이는데요.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이 마이크로봇(microrobot)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해요.

이 로봇의 움직임은 '형태'와 '유연성'에서 나와요.

몸의 구조가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게 되는 거예요.

별도의 전자 장치나 제어 시스템이 없어도 스스로 행동이 만들어지는 거죠.

연구팀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아주 작은 크기에서도 '지능적인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어요.

마이크로봇의 이동 메커니즘. 궤도형 이동, 박동(추진력 얻기 위한 꼬리 운동), 회전, 파상. / Leiden Institute of Physics 유튜브
마이크로봇의 이동 메커니즘. 궤도형 이동, 박동(추진력 얻기 위한 꼬리 운동), 회전, 파상. / Leiden Institute of Physics 유튜브

자연에서 배운 움직임의 비밀

이 로봇의 아이디어는 자연에서 왔어요.

지렁이나 뱀 같은 동물은 몸을 구부리고 펴면서 좁고 복잡한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해요.

연구팀은 이런 점에 주목했어요. “작은 로봇이면서도 유연하다면, 생물처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거예요.

실제로 로봇은 여러 개의 아주 작은 구조가 연결된 '사슬' 형태로 만들어졌어요.

각각의 요소는 약 5마이크로미터 크기이고, 이를 연결하는 관절은 0.5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매우 작아요.

참고로 사람 머리카락의 굵기가 약 70~100마이크로미터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어요.

이 구조 덕분에 로봇은 자유롭게 휘어지고 움직일 수 있답니다.

전기장을 켜면 움직이는 로봇

이 로봇은 전기장이 가해지면 사슬처럼 연결된 구조가 파도처럼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요.

흥미로운 점은 이 움직임이 미리 입력된 명령이 아니라는 거예요. 구조 자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동작'을 만들어내요.

속도는 초당 약 7마이크로미터로 매우 느리지만, 이 크기의 로봇으로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에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마이크로봇 / Leiden Institute of Physics 유튜브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마이크로봇 / Leiden Institute of Physics 유튜브

스스로 길을 찾는 이유

마이크로봇이 특히 놀라운 이유는 장애물을 만나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부딪히면 방향을 바꾸고, 다른 길을 찾아 계속 이동해요.

그 비밀은 '형태와 움직임의 피드백'에 있어요. 로봇의 모양이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움직임은 다시 모양을 바꿔요.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상황에 맞는 움직임이 자동으로 만들어지죠.

예를 들어 로봇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어지면 몸의 뒤쪽이 더 크게 움직이며 방향을 바꾸려고 해요. 마치 빠져나오려는 생물처럼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서로 피하고, 길을 만들어가는 로봇

이 로봇은 혼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에요.

두 개의 로봇이 만나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꿔요.

또한 주변에 물체가 많아도 그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거나, 방해가 되는 물체를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복잡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이 센서나 계산 없이 이루어져요.

마이크로봇 근접 이미지 / Leiden University
마이크로봇 근접 이미지 / Leiden University

미래 의료 기술로 이어질까

이 기술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요.

특히 의료 분야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는데요.

이런 초소형 로봇이 몸속으로 들어가 특정 위치에만 약을 전달하거나, 수술 없이도 치료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연구팀은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자세히 밝혀낸다면, 더 정교한 마이크로봇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나아가 생물의 움직임 원리까지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