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전지판을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얇은 장판 모양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원하는 곳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고, 무게도 가벼워 이동도 간편할 거예요.
이런 태양전지판은 이미 상용화돼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 제품의 기술력은 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큼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돼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년 전 카이스트(KAIST) 연구팀은 새로운 시도를 하죠. 구부리거나 접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쭉쭉 늘어나는 즉, 신축성까지 있는 전지판을 만들면 어떨까?
연구팀은 이걸 또 해내죠. 본래 모습보다 40% 이상 잡아당겨 늘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세계 최고성능의 스트레처블 태양전지를 구현한 거죠. 이 발명품을 옷감에 적용한다면 내가 입은 점퍼는 걸어다니는 충전기가 되는 겁니다.
이번에는 포스텍(POSTECH) 연구팀이 더 센 걸 연구했어요.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전지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잡아당겨 늘어난 면적 만큼 전기를 더 생산해낼 수 있는 전지판을 만들어보자!
이 재미난 상상은 결국 현실이 됐어요. 포스텍 박태호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면적이 늘어날수록 전력 생산량도 따라 증가하는 신축성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어요.
여기에는 '신축성 유기 태양전지(IS-OPV)'가 쓰여요. 고무줄처럼 구부리거나 늘려도 잘 작동하는 태양전지죠. 특히 늘어날수록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늘어나 전기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 핵심 전력원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하지만 내구성(물질이 원래의 상태에서 변질되거나 변형됨이 없이 오래 견디는 성질)이 문제죠. 이 전지는 여러 겹의 얇은 층으로 이뤄져 있어서 조금만 늘어나도 층들이 갈라지거나 분리되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요. 또 세탁기 넣어 돌리면 금방 못쓰게 돼 빨래도 못하죠.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도성 고분자와 이온 젤을 혼합해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전자 수송층을 개발했어요. 이 층은 젤리처럼 유연하면서도 전기를 잘 전달하며, 태양전지가 늘어날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 내부 구조를 안전하게 지켜줘요.
실험 결과, 기존의 딱딱한 전자 수송층을 사용한 태양전지는 늘어날 때 전력이 33%나 줄었지만, 새로 개발한 전자 수송층을 적용한 전지는 20%까지 늘어나도 전력 변환 효율을 그대로 유지했어요. 특히 전지 출력 전력이 0.28밀리와트(㎽)에서 0.35㎽로 약 23% 증가하는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어요. 단순히 유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늘어날수록 더 잘 작동하는 태양전지'가 실제로 구현된 거죠.
박태호 교수는 “이번 기술은 태양전지가 가진 '넓힐수록 전력을 더 낼 수 있는' 장점을 실제로 구현한 중요한 진전”이라면서 “배터리 충전 걱정을 줄여주고, 몸의 움직임에 따라 전기를 생산하는 피부 센서나 스마트 의류 같은 미래 기술이 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탄소제로 그린 암모니아 사이클링 연구사업 및 스트레처블 투명 태양전지 핵심 소재 및 소자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에너지 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의 속표지 논문으로 게재됐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