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핫픽 - NASA가 우주정거장을 민간에 넘긴 이유

바스트 스페이스(Vast Space)는 2032년까지 '헤이븐-2(Haven-2)' 우주정거장을 완성할 계획이다. 핵심 모듈은 스타십(Starship) 로켓으로 발사하고, 나머지 8개의 모듈은 팰컨 헤비(Falcon Heavy)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 Vast
바스트 스페이스(Vast Space)는 2032년까지 '헤이븐-2(Haven-2)' 우주정거장을 완성할 계획이다. 핵심 모듈은 스타십(Starship) 로켓으로 발사하고, 나머지 8개의 모듈은 팰컨 헤비(Falcon Heavy)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 Vast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인류가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물며 활동해 온 거점입니다.

1998년 첫 모듈이 발사된 이후, ISS는 30년 가까이 지구 상공을 돌며 과학과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이제는 임무의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2년 1월 'ISS 전환 계획' 보고서를 통해 ISS를 2030년까지 운영한 뒤, 2031년 초 퇴역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류 최초의 상시 거주 우주정거장이 임무를 마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ISS 이후의 우주는 어떻게 될까요?

NASA의 답은 분명합니다. 다음 우주정거장은 NASA가 직접 만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ISS는 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까

ISS는 지난 수십 년간 국제 협력의 상징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NASA를 비롯해 러시아 연방우주국, 유럽우주국,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캐나다 우주국 등 5개 우주 기관이 함께 운영해 왔고, 지금까지 19개국 200명이 넘는 우주비행사가 ISS를 이용했습니다.

이곳에서는 3000건이 넘는 과학 실험이 진행됐고, 무중력 환경에서의 채소 재배 같은 실험도 이뤄졌습니다.

안타깝게도 ISS는 구조적으로 노후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2018년 10월, 도킹 해제 후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서 바라본 국제우주정거장(ISS) / NASA
2018년 10월, 도킹 해제 후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서 바라본 국제우주정거장(ISS) / NASA

러시아 측은 이미 내부 장비와 하드웨어 시스템의 약 80%가 사용 기한을 넘겼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공기 누출과 장비 고장 같은 사고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ISS가 2030년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비용 문제는 더 현실적입니다. ISS 운영에는 매년 수십억 달러가 들어갑니다.

NASA가 달과 화성 탐사라는 더 큰 목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후한 저궤도 우주정거장에 막대한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NASA는 왜 직접 만들지 않기로 했을까

NASA가 민간에 우주정거장을 넘기려는 선택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닙니다.

이미 과거에도 NASA는 비용 문제 앞에서 전략을 바꾼 경험이 있습니다.

아폴로 계획 이후 NASA는 발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을 개발했고, 1981년부터 30년간 운용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투입된 비용은 총 약 2000억 달러, 한 번 발사할 때마다 약 15억 달러가 들었습니다. 결국 NASA는 2011년 우주왕복선을 퇴역시켰습니다.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Atlantis, STS-135)가 2011년 7월 21일 이른 아침,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위치한 NASA 케네디 우주센터 셔틀 착륙 시설(SLF)에 착륙하고 있다 / (NASA/Bill Ingalls)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Atlantis, STS-135)가 2011년 7월 21일 이른 아침,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위치한 NASA 케네디 우주센터 셔틀 착륙 시설(SLF)에 착륙하고 있다 / (NASA/Bill Ingalls)

이후 NASA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했지만, 이 역시 우주인 1인당 발사 비용이 88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부담이 컸습니다.

이 경험은 NASA의 방향을 바꿔 놓았습니다.

2014년 NASA는 '상업 승무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본격화했습니다.

스페이스X와 보잉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NASA는 이 전환을 통해 수백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NASA는 같은 전략을 우주정거장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저궤도 우주정거장은 민간이 운영하고, NASA는 필요할 때 이용하는 고객이 되는 구조입니다. 대신 NASA는 달과 화성 같은 심우주 탐사에 예산과 역량을 집중하려 합니다.

민간 우주정거장이 가능해진 배경

이 전략이 현실적인 이유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로켓 발사부터 우주정거장 운영까지 모두 정부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블루 오리진(Blue Origin)과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상업용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Orbital Reef)를 개발 중이다 / Blue Origin
블루 오리진(Blue Origin)과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상업용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Orbital Reef)를 개발 중이다 / Blue Origin

스페이스X는 이미 유인·화물 수송 능력을 입증했고, 블루 오리진, 보잉, 록히드마틴 등도 우주정거장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NASA 역시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을 위해 블루 오리진 등을 포함한 기업들과 수억 달러 규모의 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민간 우주정거장은 무중력 실험과 우주 제조, 관광, 기업 연구까지 가능한 상업 공간으로 설계됩니다. 또한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목표로 합니다.

가장 앞서 있는 후보, 바스트 스페이스

이 경쟁 구도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이 바스트 스페이스(Vast Space)입니다.

2026년 1월, 헤이븐-1이 통합 공정의 1단계에 들어섰다 / Vast
2026년 1월, 헤이븐-1이 통합 공정의 1단계에 들어섰다 / Vast

바스트 스페이스는 소형·모듈형 구조의 민간 우주정거장 '헤이븐-1(Haven-1)'을 개발 중입니다.

헤이븐-1은 단일 팰컨 9(Falcon 9) 로켓 발사만으로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는 ISS처럼 수십 차례 발사가 필요했던 기존 우주정거장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또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과 기술적으로 높은 호환성을 갖추고 있어, 개발 속도에서도 유리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직 NASA와 스페이스X 출신 인력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헤이븐-1은 민간 우주정거장 시대의 포문을 열 첫 번째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유력 주자, 액시엄 스페이스

바스트 스페이스와 함께 민간 우주정거장 경쟁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기업은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입니다.

액시엄 스테이션(Axiom Station)의 핵심 역할을 하는 AxPPTM(에너지 공급 모듈). 2027년 말 ISS에 도킹해 독자적인 전력 공급 및 열 제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 Axiom Station
액시엄 스테이션(Axiom Station)의 핵심 역할을 하는 AxPPTM(에너지 공급 모듈). 2027년 말 ISS에 도킹해 독자적인 전력 공급 및 열 제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 Axiom Station

액시엄 스페이스는 ISS에 민간 모듈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우주정거장 사업을 시작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회사는 ISS에 연결할 수 있는 상업용 모듈을 단계적으로 설치한 뒤, ISS가 퇴역하면 이 모듈들을 분리해 독립적인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우주정거장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위험과 비용을 줄이려는 접근입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이미 NASA와 계약을 맺고 민간 우주비행사를 ISS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 운영과 상업 임무를 통해 축적한 경험은 향후 민간 우주정거장 운영에서도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또 액시엄의 우주정거장은 연구뿐 아니라 우주 관광, 민간 실험, 산업 활용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액시엄 스페이스는 '가장 현실적인 민간 우주정거장 사업자'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보이저 테크놀로지스(Voyager Technologies)·에어버스(Airbus Defence and Space)·미쓰비시 상사(Mitsubishi Corporation)·MDA 스페이스(MDA Space)가 공동 개발 중인 우주정거장 '스타랩(Starlab)' / Starlab Space
보이저 테크놀로지스(Voyager Technologies)·에어버스(Airbus Defence and Space)·미쓰비시 상사(Mitsubishi Corporation)·MDA 스페이스(MDA Space)가 공동 개발 중인 우주정거장 '스타랩(Starlab)' / Starlab Space

민간 우주정거장이 바꾸는 우주의 쓰임

ISS의 퇴역은 한 시대의 끝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합니다.

우주는 더 이상 국가만의 연구 공간이 아니라, 기업·연구·산업이 함께 활용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NASA는 관리자의 자리에서 파트너이자 고객으로 역할을 바꾸고, 민간 기업은 우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갑니다.

무중력 환경은 실험실이 되고, 우주정거장은 연구소이자 공장, 그리고 관광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NASA가 우주정거장을 민간에 넘기기로 한 선택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서는 결정입니다.

우주를 '특별한 장소'에서 '활용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려는 방향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