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거나 맛집을 검색할 때 지도를 많이 사용하죠? 이 지도에는 아주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요. 특히 '정밀 지도'는 건물 하나하나, 도로의 폭, 심지어는 땅의 높낮이까지 아주 자세하게 나타낸 지도 데이터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정밀 지도 데이터를 아주 잘 가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이 올해 2월 우리 정부에 이 정밀 지도 데이터를 외국으로 가져가게 해달라고 요청해와 정부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애플도 반출 신청을 해와 우려를 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연 이게 무슨 뜻이며, 왜 논란이 되는지, 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구글의 요청 배경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글 맵'이라는 지도 서비스를 운영해요. 이 지도 앱은 길 찾기, 장소 검색, 교통정보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구글 맵의 정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아요.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1:5000 축척, 즉 50m를 지도에서 1cm로 표현할 정도로 자세한 지도)를 해외로 보내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구글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보내서 더 정확하고 편리한 글로벌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해요.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구글 맵을 사용할 때 더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거나, 자율주행 자동차나 스마트시티 같은 최신 기술에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죠. 또 구글은 전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고정밀 지도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은 예외라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의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압박을 가하면서 구글의 요청이 더 주목받고 있답니다.
◇ 구글은 언제부터 요청했나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2007년과 2016년에는 각각 국가정보원과 국토지리정보원에 요청했으나, 두 번 모두 안보와 산업 보호를 이유로 반출이 거부되었습니다.
2007년: 구글은 처음으로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안보 문제 때문에 거절당했답니다.
2011년: 구글은 국가정보원에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역시 허락받지 못했어요.
2016년: 구글은 국토지리정보원에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정부는 보안 시설 노출 우려로 불허했어요. 당시 정부는 구글에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거나 보안 시설을 가리는 블러 처리를 하라'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구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죠.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지만, 부처 간 의견이 달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요.
2025년: 구글은 다시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했어요. 이번엔 보안 시설 블러 처리와 책임자 지정, 핫라인 개설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죠.
즉, 구글은 지난 18년 동안 꾸준히 요청해왔지만, 한국 정부는 주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어요.

◇반출 시 장단점
〈장점〉
△외국인 관광객 편의성 향상: 구글은 고정밀 지도가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고, 한국의 관광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구글 맵은 79개 언어를 지원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길을 찾기 쉽게 도와줄 수 있어요.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맵은 2~4개 언어만 지원해서 외국인들에게 불편할 수 있죠. 관광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글로벌 데이터 접근성 향상: 구글의 지도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한국의 고정밀 지도가 해외에서 활용될 경우 한국의 지리 정보가 더 널리 알려질 수 있습니다.
△기술 발전 기여: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같은 첨단 기술에 꼭 필요해요. 구글 맵이 더 좋아지면 한국 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할 때 협력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어요.
△국제적 압박 완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무역 장벽으로 보고 있어요. 이를 허용하면 한미 관계에서 마찰이 줄어들 수 있죠.
〈단점〉
△국가 안보 위협: 고정밀 지도에는 군사 시설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어, 이러한 정보가 해외로 반출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고려할 때, 군사 기밀이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구글 맵이 군사 시설을 노출해 문제가 된 사례가 있죠.
△데이터 주권 문제: 지도 데이터는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정보예요. 이를 구글 같은 외국 기업에 넘기면 한국의 데이터 주권이 약해질 수 있어요.
△산업 경쟁력 저하: 구글의 요청이 승인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티맵 등 국내 기업들은 한국의 데이터 보호 및 법적 규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구글에만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데이터 독점 우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얻으면,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구글에 의존하게 될까 봐 걱정해요.

◇국내 여론 동향과 반대 이유
최근 전자신문이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51.3%가 반대하고, 15.3%만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정밀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응답이 39.4%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외국 기업의 데이터 독점 및 남용 우려(17.3%), 한 번 반출되면 통제 어렵다(7.4%), 지도 데이터는 주권적 자산(6.6%), 국내 이용자에게 실익 없다(5.1%), 개인 위치정보 등 프라이버시 침해(2.3%) 등의 이유도 제시됐습니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외국인 관광객 및 사용자 편의 향상'이 20.9%로 가장 많이 선택됐습니다. 반출을 거부할 경우 통상 마찰이나 외교적 문제 발생 우려(12.4%)가 있다는 점, 자율주행차·드론 등 신기술 개발에 도움(12.4%)이 된다는 점도 거론됐습니다.
정부 개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2.0%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학계, 산업계의 많은 전문가가 구글의 요청이 한국의 데이터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구글이 한국의 고정밀 지도를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밀지도의 산업·경제 가치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드론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입니다. 만약 이 데이터가 구글 등 해외 기업에 반출되면, 글로벌 플랫폼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국내 플랫폼 기업(예: 네이버, 카카오 등)은 경쟁에서 밀릴 위험이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실제로 구글 지도는 20억 명의 글로벌 사용자를 보유한 반면, 네이버 지도는 3000만 명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됐습니다. 이 같은 규모의 차이는 미래 서비스, 산업 확장에 있어 국내 기업에 '플랫폼 종속'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웁니다.
또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고정밀 지도의 경제적 가치가 현재 342조 원, 2030년에는 79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자산적 가치를 해외 플랫폼이 무상 또는 저가로 활용할 경우 국내 산업이 손해를 보고 전략적 자원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법적, 제도적 규제를 준수하고 세금을 충실히 내고 있지만, 해외 플랫폼 기업은 상대적으로 세금이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조세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으로의 대응책
한국 정부는 구글의 요청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오는 8월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각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안보와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조건부 허용 방안: 여론 조사에서는 군사 및 보안 시설 정보의 비식별화, 정부의 사전 심사 필수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는 구글의 요청을 수용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요구: 구글이 한국 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경우, 데이터 주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한국 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구글이 한국의 고정밀 지도를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국내 기업 지원 강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면, 구글 맵 없이도 관광객 편의를 높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네이버는 외국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죠.
◇결론
구글의 한국 정밀지도 해외 반출 요청은 단순한 기업의 데이터 요청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그리고 데이터 주권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에 더해 최근 애플도 고정밀지도 반출을 요청해와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애플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을 구글과는 별도로 심사할 계획입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2월 구글이 신청한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여부를 오는 8월 11일까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애플이 제시한 요건 등도 검토해 9월 8일까지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답니다. 구글·애플의 요청에 이어 다른 해외기업의 요청도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세금으로 구축한 고정밀 지도인 만큼 기술, 보안, 공정성, 국가 이익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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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정밀지도 해외 반출 요청…어떻게 해야 하나
최지호 기자 jho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