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전기차 배터리 용량 2배 높이는 '후막 전극 기술' 개발

ICEP 바인더의 구성요소와 이를 통해 구현한 양극 후막 전극의 모습
ICEP 바인더의 구성요소와 이를 통해 구현한 양극 후막 전극의 모습

포스텍(POSTECH)은 박수진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두배로 높일 수 있는 '후막 전극 기술'을 개발했어요.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들은 배터리 용량을 높이기 위해 얇은 전극을 여러 장 쌓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경우에는 전극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는 분리막이나 지지대 같은 필수 주변부품도 함께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무게가 무거워지고 부피도 커지는 문제점이 있죠.

이를 극복하려면 한 장의 전극에 더 많은 에너지 저장 물질을 담을 수 있는 '후막 전극' 기술이 필요하요. 하지만 이 게 쉬운 일이 아니예요.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내부로 리튬이온이 침투하기 어려워지고, 전극을 붙잡아주는 바인더가 위쪽에 몰리면서 균열이나 손상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기죠.

특히, 기존 바인더는 전극 내 활물질 사이를 충분히 감싸지 못해 표면이 불안정하고, 건조 과정에서 생기는 응력(물체 내부에 외부 힘이 작용할 때 발생하는 단위면적당 저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갈라지는 현상이 잦았죠.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 분자가 얼음 결정으로 응고될 때 수소결합을 통해 질서정연한 구조를 형성하는 원리에서 착안, 수소결합을 유도하는 기능기를 'ICEP(Ionically Conductive Elastic Polymer)'에 도입했어요.

이 기능기는 양극활물질 표면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입자 하나하나를 균일하게 감싸는 구조를 형성해 전극 표면을 안정화시키죠. 동시에, 수소결합 네트워크는 리튬 이온의 확산 경로를 형성하고, 건조 중 발생하는 내부 응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능력도 가졌죠.

이러한 수소결합 기반 네트워크 덕분에 ICEP 바인더는 기존 대비 3배 이상의 두꺼운 전극(약 12.5mAh/cm²) 에도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어요. 바인더 함량을 기존 상용화 수준(3%)의 3분의 1인 1%로 줄여도 전기화학 성능이 유지되는 성과를 보였어요.

실제 테스트 결과, ICEP 기반 후막 전극은 무게당 377.6 Wh, 부피당 1016.8 Wh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나타냈어요. 이는 동일한 크기와 무게 기준으로 상용 배터리 대비 약 1.5배 이상의 에너지 저장 성능을 의미해요. 전기차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지금보다 1.5배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죠.

박수진 교수는 “ICEP는 단순히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전기화학 반응을 제어하고 효율을 높이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라며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박수진 교수(왼쪽)와 김연수 교수
박수진 교수(왼쪽)와 김연수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권위 있는 재료과학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어요. 연구에는 박수진 교수와 한동엽 박사, 통합과정 김영석 씨, 김연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마수드(Masud) 교수 연구팀이 함께 했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