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성균관대-LG화학, 원자 무게가 전기차 배터리 안정성 좌우하는 원리 찾아내

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찾아냈어요.

경북대학교 이원태 화학교육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윤원섭·김종순 교수, LG화학 공동연구팀이 전이금속 원소인 나이오븀(Nb)과 탄탈륨(Ta)을 활용한 실험에서 원자의 무게가 배터리 소재의 구조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규명했어요.

전이금속은 주기율표의 3족에서 12족에 해당하는 원소로, d-구역(3d, 4d, 5d 등)에 전자가 부분적으로 채워져 있는 금속 원소를 의미합니다. 광택, 전기·열 전도성이 높고, 착화합물(복합체)을 잘 형성하죠. 촉0매, 합금, 도금, 안료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됩니다.

왼쪽 그림은 일반적인 층상 구조를 보여주며, 이 경우 원자들의 진동으로 인해 구조가 쉽게 뒤틀리고 산소가 격자 밖으로 빠져나가기 쉬움. 그러나 오른쪽으로 갈수록 무거운 원소인 Nb와 Ta가 도입되면서 원자 진동이 줄어들어 구조의 뒤틀림이 완화되고, 동시에 무거운 원소가 산소를 강하게 붙잡아 격자 내부에 안정적으로 머물게 함. 이와 같은 효과는 산소 손실을 억제하고 전체 구조를 더욱 안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
왼쪽 그림은 일반적인 층상 구조를 보여주며, 이 경우 원자들의 진동으로 인해 구조가 쉽게 뒤틀리고 산소가 격자 밖으로 빠져나가기 쉬움. 그러나 오른쪽으로 갈수록 무거운 원소인 Nb와 Ta가 도입되면서 원자 진동이 줄어들어 구조의 뒤틀림이 완화되고, 동시에 무거운 원소가 산소를 강하게 붙잡아 격자 내부에 안정적으로 머물게 함. 이와 같은 효과는 산소 손실을 억제하고 전체 구조를 더욱 안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고 함량 니켈 기반 층상구조 소재(하이니켈 양극재)'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고온이나 고전압에서는 구조가 쉽게 붕괴되고, 산소가 방출돼 수명이 짧으며 화재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죠.

연구팀은 이온 반경과 산화수가 같은 Nb와 Ta를 실험에 사용했고, 둘의 결과를 비교했어요. 두 원소는 화학적 성질은 비슷하지만 원자 질량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질량 차이'만이 구조 안정성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예요.

하이니켈 양극재에 Nb와 Ta를 소량 첨가해 고온·고전압 환경에서의 구조 안정성과 산소 방출 정도를 실험한 결과, 질량이 큰 원소가 포함될수록 원자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억제돼 구조가 단단해지고 산소 방출도 줄어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연구팀은 이 현상을 탁구공은 작은 힘에도 쉽게 튀지만 무거운 쇠구슬은 잘 움직이지 않고, 풍선은 가볍게 떠오르지만 모래주머니를 달면 땅에 머무는 것처럼 원소의 무게가 구조 안정과 산소 고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어요.

이원태 경북대 교수
이원태 경북대 교수

이원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Nb와 Ta의 질량 차이가 구조적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처음으로 입증한 성과로, 차세대 배터리 설계에 '원자의 무게'라는 새로운 고려 요소를 도입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국가첨단전략산업의 핵심 기술인 이차전지 분야에서, 하이니켈 기반 전기차 배터리를 더 오래,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설계 원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어요.

이번 연구의 결과는 최근 에너지 분야 권위 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 온라인판에 게재됐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