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속에 있는 습기로 전기 만든다”…포스텍, 수분발전기 소자 개발

국내 연구팀이 공기 중에 있는 습기만으로도 전기를 만드는 신기술을 개발했어요. 블루투스 이어폰을 실제로 작동시킬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만들어낸 거죠.

주인공은 포스텍(POSTECH)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와 통합과정 송민재 씨 연구팀이예요. 연구팀은 공기 중에 포함된 습기만으로 전기를 만드는 '수분 발전기(MPG)'의 출력을 높이면서도 구동시간까지 크게 향상할 수 있는 '연쇄적 이온-레독스 증폭 메커니즘'을 제안했어요. 단순한 연구제안 수준으로 끝나지 않고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이 구현된 소자를 개발해 실험으로 입증했어요.

지금까지 개발된 이온 이동 기반 장치와 비교했을 때 100배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예요.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 온라인판에 게재됐어요.

전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전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사람이 숨을 내쉴 때 나오는 수증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습기. 이 모든 것이 전기의 원료가 돼요.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로도 습기로 전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휴대폰 충전기에 비하면 성냥불 정도였죠. 이는 두 가지 한계 때문이예요. 수분이 흡착되면서 이온이 확산될수록 전하를 운반할 수 있는 이온은 줄고, 축적된 이온들이 추가 확산을 가로막아 성능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한계.

연구팀이 개발한 '연쇄적 이온-레독스 증폭 메커니즘'은 공기 중 수분을 흡수했을 때 발생하는 이온 이동과 산화·환원 반응을 연쇄적으로 이어가며 전류를 더욱 강하게, 오래 유지하는 방식이예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음전하 고분자인 폴리스티렌술폰산(PSSA)과 양전하 고분자인 폴리다이알릴다이메틸암모늄 클로라이드(PDDA)를 쌓고, 카본 전극에 전도성 고분자인 폴리아닐린(PANI)과 폴리피롤(PPy)를 결합한 새로운 장치를 제작했어요.

이 장치는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을 흡수하면 단계적으로 반응이 이어지는 연쇄적 이온-레독스 증폭 메커니즘이 작동하죠. 쉽게 말해 도미노 효과처럼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계속 만드는 기술이예요.

연쇄적 이온-레독스 증폭 메커니즘 기반 수분 구동 발전기의 전기생산 메커니즘 모식도
연쇄적 이온-레독스 증폭 메커니즘 기반 수분 구동 발전기의 전기생산 메커니즘 모식도

연구팀은 또 알루미늄 그물(메쉬 전극)을 추가했어요. 알루미늄이 녹으면서 나오는 이온(Al³⁺)이 보조 전하 운반체 역할을 하여 추가 전력을 만들어요. 그 결과, 최대 단락 전류 밀도 15.3 mA/cm², 출력 밀도 1.33 mW/cm²(상대습도 75%)를 달성했어요.

이는 기존 장치보다 약 100배 향상된 성능이죠. 연구팀은 개발한 소자를 8개 직렬로 연결, 외부 전원이나 추가 장치 없이도 9㎽의 전력으로 블루투스 저에너지(BLE) 무선 센서를 구동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 기술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과 달리 날씨와 관계없이 공기만 있다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스마트팜·웨어러블·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전상민 교수는 “공기 중 수분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무한한 자원”이라며 “이번 연구는 친환경 자가발전 기술의 실사용과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성과”라고 말했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