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보석풍뎅이 등빛깔, 1볼트로 구현한다”…GIST-KAIST, 초저전력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기술 개발

카이랄 메타표면의 원리를 설명한 그림. 왼쪽 그림은 대칭성 나노구조체와 카이랄 나노구조체의 색상 변화 성능 비교, 오른쪽 그림은 카이랄 메타표면의 동적 색상 구현 메카니즘.
카이랄 메타표면의 원리를 설명한 그림. 왼쪽 그림은 대칭성 나노구조체와 카이랄 나노구조체의 색상 변화 성능 비교, 오른쪽 그림은 카이랄 메타표면의 동적 색상 구현 메카니즘.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정현호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송영민 교수팀이 공동으로 전기 자극과 빛의 방향(편광)에 따라 색상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카이랄(Chiral) 플라즈모닉 전기변색 메타표면'을 개발했어요.

이번 연구는 빛이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원형편광' 특성을 가진 빛에 반응하는 나선형 금 나노구조에 전압을 걸면 색이 바뀌는 전기변색 고분자를 결합해 기존 기술로는 어려웠던 넓은 색상 범위(눈에 보이는 색 대부분인 287나노미터(㎚)를 1볼트(V) 이하의 저전압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예요.

여기서 편광(polarization)이란 빛의 파동이 진동하는 방향이 일정하게 정렬된 상태를 말해요. 일반적인 자연광은 여러 방향으로 진동하지만, 편광 필터나 반사·굴절 등 특정 조건을 거치면 한 방향 성분만 남게 되어 편광이 형성됩니다. 이러한 편광의 특성을 이용하면, 물질의 구조적 비대칭성(카이랄성)에 따라 빛의 흡수나 반사 색이 달라지는 이색성(dichroism) 현상을 구현할 수 있어요.

전기변색 소자는 전압을 걸면 색이 변하는 기술로, 스마트 윈도우나 저전력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돼요. 하지만 기존 기술은 색 변화 폭이 좁거나 고전압이 필요해, 한 픽셀 안에서 다양한 색을 구현하기 어려웠어요.

연구팀은 자연계에서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보석풍뎅이 등껍질 등 나선 구조의 '카이랄성(chirality)'에서 착안해 빛의 회전 방향(LCP/RCP)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이색성'을 전기변색과 결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했어요.

금 기반의 나선형 나노구조체를 제작하고, 그 위에 전기변색 고분자 물질(PANI)을 균일하게 코팅해 전압 및 편광에 따라 투과색이 달라지는 카이랄 전기변색 메타표면을 구현한 거죠. 이 메타표면은 노광 공정 등 복잡한 미세가공 없이 대면적 기판에서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어 산업적 확장성이 높다고 해요. 한 번 전압을 가해 색을 바꾼 뒤에는 전기변색 물질의 메모리 특성으로 인해 전원을 끊어도 약 15분간 색상이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효과를 보였어요.

재작된 카이랄 메타표면의 전압 및 편광 조절에 따른 색상 변화.
재작된 카이랄 메타표면의 전압 및 편광 조절에 따른 색상 변화.

연구팀은 이 메타표면을 4개의 픽셀로 구성한 광 논리 메모리 소자로 확장해, 전압과 편광의 조합만으로 162가지 색상 조합을 구현했어요. 이는 기존의 2진(binary) 논리를 넘어서는 3진(ternary) 광 논리 체계로, 고밀도 광 데이터 저장과 시각 정보 암호화 등 차세대 광 기반 정보처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죠.

정현호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의 편광성과 전기 자극을 결합한 새로운 색 제어 방식을 도입한 사례로, 전력 소모가 낮고 색상이 선명한 차세대 광소자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향후 저전력·고해상도 야외 디스플레이와 광학 메모리, 보안 디스플레이 소자에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