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제 주사도, 방사선도 없이 몸 속 혈관을 3차원(3D)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어요.
디지스트(DGIST)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유재석·김회준·이상훈 교수 공동연구팀이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체 속 깊은 곳의 혈관을 3D로 선명하게 시각화할 수 있는 초음파 영상기술을 개발했어요.
이번 기술은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주사 없이도 정밀한 3D 혈류 영상을 구현할 수 있어, 의료 영상의 안전성과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반 초음파 검사는 대부분 2차원 단면 영상으로, 장기나 혈관의 전체 형태를 보기가 어려웠어요. 몸 속 혈관을 입체적으로 보려면 조영제 주입이나 CT·MRI 같은 대형 장비가 필요하지만, 조영제는 신장 손상·알레르기 등 부작용 위험이 있고 검사 비용과 방사선 노출 부담도 큰 게 흠이죠. 때문에 안전하고 간편한 3D 초음파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았어요.
기존 3D 초음파 기술은 수천 개의 송수신 채널을 사용하는 복잡한 센서구조로 인해 장비가 크고 고가라는 한계가 있었어요. DGIST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행-열 방식 배열(RCA)' 구조를 도입했어요.
RCA 방식은 하드웨어를 단순화할 수 있지만 신호 감도와 영상 품질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어요. 연구팀은 여러 각도에서 영상을 합성하는 평면파 기법을 정밀하게 최적화하고, 신호를 암호화해 세기를 높이는 '코드화 여기(Coded Excitation)' 기술을 결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연구진은 조영제 없이도 피부 아래 약 7㎝ 깊이의 혈관을 고해상도로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어요.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의 간과 비장을 대상으로 생체 내 실험을 진행해 초당 27프레임의 속도로 혈류의 움직임을 실시간 포착했고, 기존 대비 대조도-잡음비(CNR)가 약 9~10데시빌(㏈) 향상되는 성과를 얻었어요. 또 미국 FDA 및 IEC 기준에 따른 안전성 검증에서도 장시간 촬영 시 프로브 과열 없이 안정적인 에너지 수준을 유지함을 확인했어요.
유재석 교수는 “복잡한 장비나 조영제 없이 인체 깊은 곳의 혈관을 3D로 관찰할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성과”라며 “심부 장기 질환의 비침습적 진단과 모니터링에 즉시 적용할 수 있고, DGIST의 융합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어요.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의료 초음파 분야 세계 학술지 '울트라소닉스(Ultrasonics)에 온라인 게재됐습니다.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