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차세대 스텔스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똑똑한 투명 망토' 기술을 개발했어요.
KAIST는 12월 16일, 김형수 기계공학과 교수와 박상후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팀이 액체금속 복합 잉크를 기반으로 전자기파를 흡수·조절·차폐할 수 있는 차세대 신축성 클로킹(레이더·센서 탐지 방지 기술)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클로킹 기술은 물체 표면에서 빛과 전파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그런데 기존 금속 재료는 딱딱하고 잘 늘어나지 않아서 몸에 밀착되는 전자기기나 자유롭게 형태가 변하는 로봇에는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이 만든 액체금속 복합 잉크는 원래 길이의 최대 12배까지 늘려도 전기가 끊어지지 않았어요. 또 공기 중에 1년 가까이 두어도 녹슬거나 성능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고무처럼 말랑하면서도 금속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했어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잉크가 마르는 과정에서 내부 액체금속 입자들이 서로 연결돼 그물망 같은 금속 네트워크 구조를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이 구조는 '메타물질'이라고 불리는데, 잉크로 아주 작은 무늬를 반복 인쇄하면 전파가 그 구조를 만났을 때 설계된 방식대로 반응하게 돼요. 그래서 액체처럼 유연하면서도 금속처럼 튼튼한 성질을 동시에 가지게 된 거예요.
제작 방법도 간단해요. 고온으로 굽거나 레이저로 가공하는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프린터로 인쇄하거나 붓으로 칠한 뒤 말리기만 하면 됐어요. 또 액체를 말릴 때 흔히 생기는 얼룩이나 갈라짐 현상도 없어 매끄럽고 균일한 금속 패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잉크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늘어나는 정도에 따라 전파 흡수 성질이 달라지는 '신축성 메타물질 흡수체'를 세계 최초로 제작했어요. 잉크로 무늬를 찍은 뒤 그냥 늘리기만 하면, 흡수하는 전파의 종류(주파수 대역)가 달라졌습니다.
이번 기술은 신축성, 전도성, 장기 안정성, 공정 단순성, 전자기파 제어 기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획기적인 전자소재 기술로 평가됐습니다.
김형수 교수는 “복잡한 장비 없이 프린팅 공정만으로도 전자기파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면서 “ 앞으로 로봇의 피부, 몸에 붙이는 웨어러블 기기, 국방 분야의 레이더 스텔스 기술 등 다양한 미래 기술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스몰(Small)' 10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습니다.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