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핫픽 - APEC 정상회의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요즘 신문이나 TV를 보면 'APEC 정상회의'에 대한 뉴스가 종종 나옵니다. 그 APEC 정상회의가 다음달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라서 관련 뉴스는 앞으로 더 자주, 더 많이, 더 길게 다뤄질 거예요.

APEC 정상회의란 무엇이기에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지, 무슨 목적으로 언제부터 열리게 된 건지, 어떤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등을 함께 공부해볼게요.

APEC 정상회의란?

APEC은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에요. '아펙'이 아닌 '에이펙'이라고들 읽어요. 우리말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로 해석돼요. 조금더 상세하게 풀어 설명하면 '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원활한 정책대화 협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협의체'라는 의미예요.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APEC은 21개 회원으로 구성돼 있고, 각 회원의 대표는 매년 한자리에 모여 'APEC 정상회의'를 하죠.

APEC 회원은 누구?

APEC에 가입된 회원은 2025년 현재 총 21개입니다. 대한민국은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세안6개국(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중국, 홍콩, 대만, 멕시코, 파푸아뉴기니, 칠레, 러시아, 베트남, 페루가 APEC의 회원이죠.

그런데 처음부터 회원이 21개였던 건 아니예요. 출범 당시인 1989년에는 12개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회원이 늘어나 지금의 21개가 된 거요.

APEC 회원현황
APEC 회원현황

APEC의 구성원은 '회원국'이 아닌 '회원'으로 부르고, 표기해요. APEC 참가자격을 '주권국가(country)'가 아닌 '경제체(economy)'로 정하자고 약속했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국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에도 행사장 밖에 각 나라의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다고 해요.

APEC가 설립된 계기는?

APEC을 설립하자는 아이디어는 1989년 1월 31일 호주 밥 호크(Bob Hawke) 총리가 서울 연설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제안하면서 비롯됐어요. APEC은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국간 각료회의 즉, 장관급 회의 형태로 처음 출범했어요. 이어,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으로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돼 오늘날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죠.

대한민국은 1991년 서울에서 제3차 APEC 장관회의를 개최했는데, 이 회의에서 채택된 APEC 서울 선언은 APEC이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죠.

APEC은 아시아태평양 공동체의 달성을 장기 비전으로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APEC의 특징

APEC은 회원수가 늘어나면서 전세계 인구의 약 37%, 국내총생산(GDP)의 약 61%, 교역량의 약 49%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가 됐어요. 의사결정은 컨센서스 방식(별도 투표절차 없이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회원이 없으면 합의된 것으로 간주하는 의사결정방식)으로 이뤄져요. 또한 비구속적(non-binding) 이행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회원의 자발적 참여 또는 이행을 중시하고 있어요.

정상회의는 Retreat 형식(편안한 분위기의 비공식적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정상들간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협의, 보다 내실있는 결과 도출에 역점을 두고 있죠.

역대 APEC 정상회의 일시 및 장소
역대 APEC 정상회의 일시 및 장소

앞에서 APEC의 장기비전은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달성'이고,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이라고 설명했어요. 이를 위해 1994년 정상회의에서는 '보고르 목표(Bogor Goal)'를 채택했어요. 선진국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을 시한으로 하여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달성하는 것이 보고르 목표였죠.

보고르 목표의 시한이 완성된 2020년 APEC 정상회의에서는 향후 20년 미래 비전인 '푸트라자야 비전'을 채택하면서 3대 핵심요소로 △무역투자 △혁신·디지털 경제 △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을 새로운 목표로 정했어요.

APEC의 운영방식

매년 APEC 21개 회원 가운데 하나가 APEC 회의를 주최하며, 해당 연도의 APEC 의장 역할을 수행합니다. 의장국은 정상회의, 장관회의, 고위관리회의,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및 APEC 연구센터 컨소시엄 등의 의장 임무를 수행하게 돼요.

APEC 회의의 꽃은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정상회의겠지만 정상회의 외에도 다양한 사전행사와 주변행사가 시간 차이를 두고 열립니다.

가장 첫 번째로 열리는 회의는 '비공식 고위관리회의(ISOM)'로, 정상회의 개최 연도보다 1년 앞서 열려요. 그 이후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해에는 △분야별 장관 회의 △위원회 및 산하 위원회 회의 △실무 그룹 및 전문가 회의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회의 △APEC 정상회의가 각기 다른 시기에 차례로 열리죠. 이밖에도 제도적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 심포지움, 워크숍 등 200여개의 관련 행사가 별도로 열려요.

제32차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의 일정
제32차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의 일정

이 모든 행사를 APEC 회의를 개최하는 회원이 의장이 돼 수행하게 됩니다.

제32차 APEC 정상회의 개최지는 대한민국 경주
IT 핫픽 - APEC 정상회의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APEC 2025 코리아 엠블럼
APEC 2025 코리아 엠블럼

대한민국은 1991년 서울 '제3차 APEC 장관회의' 개최에 이어 2005년 부산에서 '제13차 APEC 정상회의'를 주최했어요. 이 회의에서 APEC은 보고르 목표에 대한 중간점검을 완료하고, 보고르 목표 달성을 위해 APEC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부산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했죠.

그 이후로 꼭 20년이 지난 2025년 대한민국은 '제32차 APEC 정상회의(APEC 2025 KOREA)'를 의장 자격으로 천년 고도(古都) 경주에서 개최합니다. 정상회의 일정은 2025년 10월 31일과 11월 1일 이틀간이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관련 부대행사들을 연초부터 인천, 제주, 부산, 경주 등지에서 단계적으로 열어오고 있어요.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연결, 혁신, 번영'을 중심으로 한 △무역·투자 자유화 △혁신·디지털 경제 △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 등이예요.

APEC 정상회의(APEC 2025 KOREA) 경주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

1. 무역·투자 자유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을 위해 무역·투자 자유화(TILF)가 중점 추진 분야로 다뤄집니다. 무역 원활화, 다자무역체제 강화, 지속가능한 무역 정책 등이 논의돼요.

2. 혁신·디지털 경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무역 시스템 혁신, AI·빅데이터 적용, 전자상거래 규제 등 디지털 경제 관련 이슈가 주요 의제입니다. 혁신적 성장 촉진을 위한 기술·교육 협력, 녹색 성장 등도 논의돼요.

3. 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

탄소중립, 친환경 공급망 구축, 에너지 안보, 무탄소에너지(원전, 수소 등) 확대 등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경제 정책이 핵심입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성장의 균형, 에너지 협력, 탈탄소화 전략 등이 포함돼요.

4. 기타 의제

식량 안보, 바이오 연료, 농업 생산성, 해양 자원, 사회적 극빈층 지원 등 다양한 경제·사회적 이슈도 논의될 수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APEC 2025 KOREA)의 기대효과는?

2025년 대한민국 경주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중요한 기회예요. 20년 전 열린 부산 APEC에서 우리는 약 1조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해요. 경주 APEC은 그 보다 훨씬 많은 수조원대의 경제파급 효과를 예상할 수 있어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 대국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무역·투자·기후변화·안보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리더십과 영향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돼요. 한국 기업의 신뢰도 상승과 함께 투자 유치 및 해외진출 기회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겠죠.

경주에는 행사기간 전후로 7000~8000명의 회원국 대표단과 2만여 명의 경호인력이 상주할 예정이어서 관광객 수요증가에 따른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예요.

신라 왕궁의 별궁 터였던 경주의 동궁과 월지 풍경
신라 왕궁의 별궁 터였던 경주의 동궁과 월지 풍경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경주의 세계문화유산이 전세계 언론을 통해 세계인에 노출되면서 대한민국 전통문화 홍보효과를 물론이고 이에 따른 수년간의 관광객 유치효과도 기대되죠. 특히 최근 전세계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K-팝, K-푸드, K-문화 등 새로운 한류의 확산효과를 가져와 장기적으로 콘텐츠 수출에 기여하고 국가 신인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죠.

이처럼 2025 APEC 정상회의는 무역·투자, 혁신, 지속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 현안을 종합적으로 다루며, 각국의 협력과 공동 번영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부수효과가 기대되는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얼마나 완벽하게 준비하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뤄내느냐, 단순한 국제행사 성공을 넘어서 세계인을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질 겁니다.

2025년 APEC 공식 주제영상 | APEC 2025 KOREA와 함께 아태지역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 시작됩니다!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