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 문자 체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KAIST는 산업디자인학과 이창희 교수 연구팀이 영국왕립예술학교 알리 아사디푸어(Ali Asadipour) 컴퓨터과학연구센터장과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AI 여서(Nushu)'가 세계 최고 권위의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Prix Ars Electronica) 2025'에서 디지털 휴머니티(Digital Humanity) 부문 영예상에 선정됐다고 10일 밝혔어요.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매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디어아트 경연대회예요.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작품을 발굴하는 이 대회에는 올해 98개국에서 3,987개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그중 단 2개 작품만이 디지털 휴머니티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여서(女書)'는 중국 후난성에서 19세기 무렵부터 문자 교육에서 배제된 중국 여성들이 서로의 삶을 기록하고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낸 세계 유일의 여성 문자 체계예요.
연구팀은 여서가 지닌 의미(억압 속 창조·여성 연대·언어 실험)에 컴퓨터 언어학(Computational Linguistics)을 접목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설치 작품을 구현했으며, 작품 속 인공지능이 전근대 중국 여성들의 소통 방식을 학습해 스스로 새로운 언어를 생성하도록 했는데요.
이는 '인간만이 언어를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넘어 기계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술적으로 제시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KAIST 측은 설명했어요.
이창희 교수는 “역사·인문·예술·기술이 만나 빚어낸 사색적 예술이 세계적인 권위 있는 상으로까지 이어져 매우 뜻깊다”고 말했습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