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주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빨아들이는 '공기 청소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고효율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 DAC)' 기술로 세계 최고 권위의 탄소 제거 대회에서 최종 선정됐습니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DAC 기술이 탄소 제거 기술 확산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 오픈에어(OpenAir)가 주최한 '2026 탄소 제거 챌린지(Carbon Removal Challenge)'에서 전 세계 상위 4개 팀에 선정됐다고 24일 밝혔습니다.
이 대회는 차세대 탄소 제거 기술의 실용성과 확장성을 평가하는 세계적인 경연입니다.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실제 공정 적용 여부와 대규모 확산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올해는 전 세계 30여 개 대학에서 40여 개 팀이 참가했으며, KAIST를 포함해 단 4개 팀(KAIST, 미시간대학교, 러트거스대학교(Rutgers), 코넬-프린스턴-컬럼비아 연합팀)만 최종 선정됐습니다.
DAC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낮은 효율과 높은 비용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방식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연구팀은 배터리 전극 제조에 사용되는 '건식 공정(Dry process)'을 DAC 기술에 적용했습니다. 이는 액체를 쓰지 않고 분말을 그대로 눌러 단단한 필름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탄소를 흡수하는 물질을 더 촘촘하게 채울 수 있어, 한 번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탄소 흡착 소재의 함량을 최대 97 wt%(Weight percent, 전체 무게 중 특정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까지 높였으며, 기존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습니다. 이는 스펀지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 더 많은 물을 흡수하게 하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공기 중 탄소를 줄이는 기술로 확장된 셈입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분리하는 재생 과정에서도 성능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연구팀은 '전기 저항 가열(Joule heating)' 방식을 도입해 전기를 흘리면 내부에서 바로 열이 발생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전기를 넣으면 곧바로 뜨거워지는 토스터기와 같은 원리입니다. 이로 인해 단 1분 만에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방출해 재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전기차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열을 식히는 시간도 약 60% 줄였습니다. 그 결과 전체 공정 속도와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연구팀은 오는 5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글로벌 컨퍼런스 '2026 카본 언바운드(Carbon Unbound 2026)'에 초청돼 수상을 진행하고, 전 세계 전문가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