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욱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이주현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 교수팀과 함께 폐암 발생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세포 간 연쇄 반응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29일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폐암이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암 발생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폐 선암(LUAD)은 사망률이 매우 높은 암종이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환자가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됩니다. 이 때문에 치료 방법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폐 줄기세포(AT2)의 유전자 돌연변이(KRAS G12D)가 암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이어져 왔지만, 돌연변이 세포가 주변의 정상 조직을 암이 자라기 쉬운 환경, 즉 섬유화 미세환경으로 바꾸는 과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마우스 모델과 인공장기인 '3차원(3D) 폐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암이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세포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추적했습니다. 특히 폐 조직을 단일세포 수준으로 나눈 뒤, 섬유아세포(기질세포), 폐암세포(돌연변이 폐 줄기세포), 대식세포(면역세포)의 유전자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돌연변이 세포가 주변 세포를 끌어들여 종양 형성을 돕는 '자기 지속적 회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폐암 발생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암피레귤린 신호 축을 유전적·약물적 방법으로 차단했을 때, 섬유화 미세환경 형성이 억제되며 폐암 초기 발생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기존처럼 암이 생긴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암이 생기기 전에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실제 환자와 유사한 환경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박무석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수팀과 협력했습니다. 이들은 환자의 상태를 모사한 3D 오가노이드 폐암 모델을 구축해 생체 외(Ex vivo) 환경에서도 같은 현상이 재현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지난 22일 온라인으로 게재됐습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