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는 “공부는 재능이다”, “결국 유전적 지능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일 것입니다. 이런 말들에 괜스레 주눅이 들었던 경험이 있을 법도 합니다. 자녀가 공부 잘하길 바라는 게 욕심이라며 체념하거나 마음 속으로 자녀의 한계를 슬며시 인정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과연, 공부머리가 유전 지능으로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맞는 말일까요? 세계적인 뇌과학자 가와시마 류타는 이것은 편견일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수십 년간 인간의 뇌를 연구하며 얻은 명확한 결론은 “공부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해외 연구 결과들만 봐도 지능이 학업 성적에 관여하는 비율은 고작 5~15%라고 합니다. 저자는 학생 4만 명의 생활·학습 데이터와 뇌 영상을 분석해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공부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타고난 지능보다는 어릴 때부터 익힌 바른 '공부 습관' 덕에 두각을 나타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자녀가 유전을 뛰어넘어 잠재력을 꽃피우길 바라는 부모에게 세 가지를 추천합니다. 첫째, 아이의 연령에 따라 발달하는 뇌 부위를 이해하고 적절히 자극할 것. 둘째, 아이가 독서와 간단한 숫자 계산 같은 뇌 자극 운동을 꾸준히 반복하게 할 것. 셋째,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환경을 만들 것. 여기에서 환경이란 곧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눈을 맞추는 가정 분위기가 공부머리 발달의 열쇠임을 강조합니다.
〈공부머리 뇌과학〉은 단순히 성적을 높이는 기술서가 아니라 아이의 두뇌와 감정, 습관을 함께 설계하는 과학 기반 부모 지침서입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공부를 시킬까?”를 오늘도 고민하는 부모에게, 이 책은 아이 스스로 깊고 단단한 배움의 여정을 시작하도록 이끄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가와시마 류타 지음, 김보경 감수, 이효진 옮김, 부키 펴냄, 1만7800원
최지호 기자 jho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