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핫픽 - 사각지대까지 보는 안전 기술, '비전 펄스'

현대·기아가 공개한 '비전 펄스'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가 공개한 '비전 펄스'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최근 놀라운 기술을 공개했어요.

비전 펄스(Vision Pulse)라고 불리는 기술인데요.

좁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 빽빽하게 주차된 차량 사이로 나타나는 자전거, 운전자가 놓치기 쉬운 모든 사각지대까지 한눈에 포착할 수 있어요.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보는 눈'을 차량에 달아주는 셈이죠.

이번 글에서는 비전 펄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지, 도시와 산업 환경에서 어떻게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는지, 그리고 어린이 안전을 포함한 실생활 적용 사례까지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비전 펄스는 사람과 차량의 위치를 약 10cm 수준의 오차로 추정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비전 펄스는 사람과 차량의 위치를 약 10cm 수준의 오차로 추정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Vision Pulse 기술이란?

비전 펄스는 차량 내부에 설치된 UWB 모듈을 통해 신호를 송출하고, 주변의 UWB 태그 장치와 신호를 주고받아요.

주변 차량, 자전거, 보행자가 UWB 모듈을 갖고 있다면, 시스템은 신호가 이동하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해, 주변 차량과 사람의 정확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계산하죠.

이를 통해 약 10cm 오차 수준으로 사람과 차량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고, 잠재적 충돌이 예상되면 실시간 경고를 발령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춰요.

또 현대·기아가 제공하는 디지털 키 2(Digital Key 2) 기능이 있는 차량에는 이미 UWB 모듈이 탑재돼 있어, 별도의 장치 설치 없이도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전 펄스는 장애물을 회절·투과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한다 / 현대자동차그룹
비전 펄스는 장애물을 회절·투과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한다 / 현대자동차그룹

도시 환경에서의 안전성과 효율성

현재 대부분의 사각지대 감지 기술은 고정형 장치나 느린 통신망에 의존해 정확성과 반응 속도에 한계가 있어요.

반면 비전 펄스는 UWB 모듈 간 직접 통신을 활용해 빠르고 정밀한 위치 측정을 가능하게 해요.

GHz 대역에서 작동하는 UWB는 다른 신호 간섭에 강하고, 장애물을 회절·투과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합니다.

실험 결과, 비전 펄스는 100m 반경에서 99% 이상의 탐지 정확도를 기록했고, 통신 지연은 1~5밀리초 수준으로, 기존 인프라 기반 시스템(약 0.1초)보다 훨씬 빠릅니다.

또한 이 기술은 다수의 객체가 동시에 고속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속도로나 교차로, 주차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요.

경제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는데요. 이미 차량에 통합된 UWB 모듈을 활용할 수 있어, LiDAR나 레이더 같은 고가 센서 의존도를 줄이면서 첨단 운전자 지원 기능을 구현할 수 있죠.

게다가 저전력 알고리즘까지 적용돼 전체 시스템 효율도 높아집니다.

비전 펄스는 산업용 이동 장비와 근로자 간 충돌 사고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비전 펄스는 산업용 이동 장비와 근로자 간 충돌 사고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산업·재난 환경에서의 확장 가능성

현대·기아는 비전 펄스를 단순한 운전자 지원을 넘어, 산업 현장과 재난 대응에서도 활용할 계획이에요.

창고나 항만 같은 산업 현장에서는 지게차와 산업용 이동 장비가 근로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고, 재난 상황에서는 붕괴물이나 잔해 속에 매몰된 사람의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은 이미 실제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 단계에 들어섰어요.

2025년부터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기아 PBV 전환센터에서는 지게차와 근로자 간 충돌을 예방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고, 같은 해 협약을 체결한 부산항만청과도 항만 현장에 시범 적용해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죠.

여기에 열 감지 센서를 포함한 태그와 연동하면, 지하 주차장이나 화재·유독가스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공간에서도 사람의 위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버스에는 UWB 앵커가 설치되고, 아이들은 UWB 태그가 달린 열쇠고리를 지니며, 운전자는 전용 앱을 통해 차량 주변에 있는 아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버스에는 UWB 앵커가 설치되고, 아이들은 UWB 태그가 달린 열쇠고리를 지니며, 운전자는 전용 앱을 통해 차량 주변에 있는 아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어린이 안전 캠페인과 실생활 적용

현대·기아는 'Sight Beyond Seeing: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 캠페인을 통해, 비전 펄스를 어린이 통학 버스 안전에도 적용했어요.

통학버스가 정차하고 아이들이 오르내리는 순간, 운전자가 직접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도 아이의 위치를 놓치지 않도록 설계됐죠.

버스에는 UWB 앵커가 설치되고, 아이들은 UWB 태그가 달린 열쇠고리를 지니며, 운전자는 전용 앱을 통해 차량 주변에 있는 아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열쇠고리는 한국 전통 수호신 '현무'에서 영감을 받아 가볍고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로 제작됐고, 스티커나 그림으로 아이가 꾸밀 수 있어 자연스럽게 몸에 지니도록 유도해요.

밤에는 은은한 조명을 켜는 작은 조명 역할도 해, 아이가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배려했어요.

한국 전통 수호신 '현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열쇠고리에는 UWB 태그가 달려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한국 전통 수호신 '현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열쇠고리에는 UWB 태그가 달려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미래와 글로벌 기술 동향

이러한 흐름은 UWB 기반 안전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BMW가 UWB 기술을 활용해 차량 내 승객과 애완동물의 탑승 여부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으며, 이를 기존 센서 데이터와 결합해 안전 기능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udi 또한 UWB를 차량 간 통신과 근거리 탐지에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ADAS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보다 정밀한 안전 시스템 개발을 모색하고 있어요.

일본에서는 Toyota, Honda, Nissan 등 완성차 업체들이 산업용 이동 장비와 공장 자동화 영역에서 UWB 기반 위치 추적과 충돌 방지 기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Toyota는 공장 자동화용 로봇의 위치 추적에, Honda는 산업용 AGV와 지게차의 안전 주행 지원에 UWB를 활용한 테스트를 진행했죠.

이런 글로벌 흐름 속에서, 현대·기아의 비전 펄스는 국내 환경과 실생활 사례에 맞춰 기술을 구체화한 모델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안전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전 펄스는 차량 내부에 설치된 UWB 모듈을 통해 신호를 송출하고, 주변의 UWB 태그 장치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 현대자동차그룹
비전 펄스는 차량 내부에 설치된 UWB 모듈을 통해 신호를 송출하고, 주변의 UWB 태그 장치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 현대자동차그룹

비전 펄스는 센서와 신호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넘어, 사람의 생명과 일상 안전을 실시간으로 보호하는 새로운 사고 예방 프레임워크를 제시합니다.

어린이 통학부터 산업 현장, 재난 대응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앞으로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안전 가치를 연결하는 핵심 사례로 평가될 것입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