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I반도체 수출통제' 폐기 방침…“국가별 협상으로 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다 단순한 규정으로 대체”…中으로 우회수출 통제 강화 전망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전 바이든 정부가 세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철회하려고 한다고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바이든 정부의 AI 규칙은 너무 복잡하고 관료적이라 미국의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를 더 간단한 규정으로 바꿔서 미국의 혁신을 촉진하고 AI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들은 블룸버그 통신에 “트럼프 정부는 이달 15일 발효되는 관련 조치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폐기하는 대신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으로 미국 반도체를 재수출하는 말레이시아, 태국 등 국가들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정부는 새 규칙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기존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엄격히 지킬 계획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1월에 'AI 확산 프레임워크'라는 AI 반도체 수출통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 국가를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일반 국가, 우려 국가로 나눠서 각 등급에 맞춰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동맹국에는 제한이 없지만, 일반 국가에는 수출 상한선이 설정되고, 우려 국가에는 수출을 통제하도록 했습니다.

로이터통신도 지난달 트럼프 정부가 국가별 등급에 따른 AI 반도체 수출통제 시스템을 폐지하고 정부간 협상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요 국가와 통상 협상을 진행 중인데, AI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도 통상 협상과 연계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3월에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무역협정에 우회 수출 통제를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이번 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 폐기 방침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앞두고 나온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순방할 예정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2023년부터 반도체 수출 통제를 받고 있어서 이번 정책 폐기만으로는 반도체 관련 제한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지만, 더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과 협상할 수 있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중동 일부 국가들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해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할 수도 있다”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지호 기자 jho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