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영화 '미키 17'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SF 대작으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이 작품 내 빌런이자 실패한 정치인 '케네스 마셜'(마크 러팔로 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미키 17'(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작품 속 '케네스 마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질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케네스 마셜을 원작에도 있는 캐릭터지만 동시에 영화에서 많은 여러 설정이 바뀌었다. 영화에서는 원작에 없는 아내 '일파 마셜'이 등장해 그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기도 한다.
영화 속 케네스 마셜은 반대 진영을 향한 수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 적나라한 언어와 과장된 몸짓을 보여준다. 이에 영어권 국가에서는 그가 트럼프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작품 속에서 케네스를 노리고 발사된 총알이 그의 뺨을 스치는데, 이 장면은 지난해 7월 발생한 트럼프(당시 대선후보이자 전 대통령) 피습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봉 감독은 “타임 테이블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원래는 '기생충'(2019) 이후 영국에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관련된 분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딜레마에 봉착됐다. 그래서 꽤 오래 준비를 했는데 접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허무하던 차였는데 플랜비(Plan B Entertainment))에서 '미키 7'이라는 출판 전 소설을 이상한 영화를 많이 찍은 내게 제안했다”면서 “시나리오를 2021년도에 다 썼고, 2022년도, 다시 말하면 미국 대선 훨씬 전에 런던에서 다 촬영을 했다. 후반 작업이 2023년”이라고 강조했다. 피습 사건 전에 그려낸 에피소드가 우연히 실제 사건과 겹쳤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빼놓을 수 있는 감초이자 작은 빌런, '티모'(스티븐 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축구선수 이름에 따온건데, 독일에서 '티모'가 '사기꾼'이라는 뜻도 있다더라. 그래서 미키와 반대되는 약삭빠르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밑바닥의 현실적인 캐릭터로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티모'는 스포츠 선수이자 인기 스타로 묘사된다.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주인공은 '니플하임'의 원주민(외계인)이다. 미키가 속한 커뮤니티와는 정반대되는 '크리퍼'들의 외형은 '맛잘알' 감독 답게 빵에서 따왔다.
봉 감독은 “원작자의 따님이 그린 일러스트에서는 지네처럼 삐죽삐죽했다. 저는 그런 느낌은 싫었다. 동글동글했으면 좋겠다”면서 “크로와상빵이 이 디자인의 시발점이다. 그러면서 '마마 크리퍼'는 여성 4선 의원 같은 카리스마있는 정치인으로 그리고 싶어서 눈을 강렬하게 그렸다”고 전했다.
영화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는 가운데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키 17'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오는 28일 국내 개봉한다.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출연. 러닝타임 137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