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걸그룹 '헌트릭스'는 전용기를 탔습니다.
팬들을 만나기 전에 배를 채우겠다고 하더니 김밥, 냉면, 호떡, 순대, 라면 같은 음식들을 신나게 먹습니다. 창밖으로는 서울의 반짝이는 야경이 보입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간식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비행기의 승무원과 조종사가 다름 아닌 '악귀(나쁜 귀신)'였던 겁니다. 비행기 안은 순식간에 엉망이 됩니다. 하지만 헌트릭스 멤버들은 도깨비처럼 변신한 악귀들을 가볍게 해치우고, 바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공연장 무대에 착지합니다.
헌트릭스는 그냥 아이돌이 아니에요. 노래로 사람들을 지키는 '데몬 헌터스(악귀 사냥꾼)'랍니다. 사람들의 세상을 지키는 마법 같은 벽 '혼문'을 이들의 노래가 유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마왕 '귀마'는 이에 맞서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를 무대에 내보냅니다.

이 이야기는 6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내용이에요. 요즘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어요.
23일, 온라인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 영화는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했어요.
특히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나라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같은 유럽 국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톱10' 안에 든 나라는 무려 93개국이에요.
영화 평점도 아주 높아요. 미국의 유명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 점수는 94점, 시청자 점수는 95점이에요. 100명 중 94~95명이 좋다고 말한 셈이죠.

영화는 한국계 감독 매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가 함께 만들었고, 제작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만든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맡았어요. 대사는 대부분 영어지만, 가끔 한국어도 나옵니다. 배우 이병헌이 '귀마' 역을, 배우 안효섭이 '사자보이즈' 리더인 '준우' 목소리를 맡았어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캐릭터의 멋진 모습과 화려한 영상이에요. 헌트릭스의 세 멤버 루미, 미라, 조이는 각자 성격이 다르고,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생생하게 표현됐어요. 사자보이즈도 멋진 외모와 군무(칼군무)로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어요.
음악도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예요. 유명 프로듀서 테디가 참여했고, 트와이스는 오프닝곡 'Takedown'을 불렀어요. 헌트릭스의 'How It's Done', 'Golden', 사자보이즈의 'Soda Pop' 등 신나는 K팝 스타일 음악도 가득해요. 한국 발라드곡인 멜로망스의 '사랑인가 봐'도 원곡 그대로 나옵니다.

이 영화에는 '진짜 한국 문화' 장면들이 곳곳에 담겨 있답니다. 속상할 때 국밥을 먹는 장면, 목이 아프자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짓는 모습, 밥 먹을 때 수저 밑에 티슈를 까는 습관 같은 작은 장면들이 현실감 있게 나와서 반가울 수 있어요.
영화에는 저승사자, 도깨비, 당산나무, 호랑이 귀신 같은 전통 신앙 요소부터, K팝 팬들이 쓰는 응원봉, 굿즈, 멤버 이름이 적힌 손팻말, 남산타워 같은 실제 장소, 그리고 민화 속에 나오는 그림들까지 여러가지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요.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전통문화와 K팝이 잘 어우러진 멋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언어나 문화를 넘어, 좋은 이야기는 세계 어디서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에요.”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