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오래 두었던 꿀을 보면 놀라운 점이 있어요.
몇 년이 지나도 곰팡이가 피지 않고 냄새도 거의 변하지 않죠.
그렇다면 꿀은 왜 이렇게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걸까요?
꿀에는 세균이 살기 어려워요
꿀이 상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에요.
꿀 속에는 당분이 아주 많이 들어 있어서 세균이 자라기에 필요한 물이 거의 없어요.
이런 상태를 '수분이 적다'고 하는데, 세균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에요.
물기가 없으면 세균은 어떻게 될까요?
세균은 살아가고 번식하려면 물이 꼭 필요해요.
그런데 꿀 속에 들어가면, 오히려 세균 세포 안에 있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버려요.
그래서 세균은 힘을 잃고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게 돼요.
꿀은 산성이라 더 안전해요
꿀은 맛은 달지만 성질은 약한 산성이에요.
대부분의 세균은 산성 환경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꿀 속에서는 더 잘 살아남지 못해요.
이 점도 꿀이 상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예요.
벌이 만든 천연 보존 시스템
벌은 꽃의 꿀을 모아 오는 과정에서 수분을 줄이고 특별한 효소인 '포도당 산화효소'를 더해요.
이 효소는 꿀 속에서 미량의 과산화수소를 만들어 내는데, 이 성분은 세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요.
벌이 만든 꿀은 처음부터 상하기 어렵게 설계된 음식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