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자의 여왕' 이미자가 헌정 공연을 개최한다.
이미자는 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개최와 관련해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공연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후배 가수 주현미와 조항조가 참석해 힘을 보탰고, 아나운서 김승현이 진행을 맡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미자가 가장 먼저 전제한 것은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이것이 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이미자는 "나는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을 내려온다'는 말 뜻이 조심스러워서 삼갔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린다. 또 레코드 취입도 없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자의 마음가짐이 이번 공연을 '맥(脈)을 이음'이라고 지은 이유다.
이미자는 "그동안 노래를 할 때마다 우리 전통가요가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기 위한 연구를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연구를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이번에 공연이 마련됐다. 내 대가 끝나면 다 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가 살아있는 한 꼭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거의 포기하고 나는 이제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때 이 공연이 마련됐다. 덕분에 이렇게 후배에게 대물림 하는 바람이 이루어졌다. 이 공연으로 후배들에게 우리의 맥을 이어주고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자로부터 이어진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막중한 책임을 넘겨받은 주현미와 조항조의 각오도 남달랐다.
주현미는 "'여왕님'의 선택을 받았다. 막중한 임무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영광이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진다. 이 공연에 초대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한편으로 부끄러웠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지목해 줘서 그렇다. 앞으로 더 열심히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서민들에게 힘을 주는 따뜻한 공연이 되길 바란다. 많이 도와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조항조도 "부족한 나에게 큰 영광을 줘서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것같다. 노래에도 예의가 있다. 그 예의를 늘 갖춰 주신 분이 이미자 선배다. 노래의 교본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대중가요라고 말씀해줬다. 그 교본을,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가려고 한다. 큰 가르침 준 선배에게 감사하고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의 제목인 '전통가요 맥(脈)을 이음'은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먼저 '전통가요'에 대한 이미자의 생각과 마음이 그렇다.
이미자는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자식을 배움터로 보내기 위해서, 먹여 살리기 위해서 월남으로, 독일로 다니시면서 애쓴 노력과 고통을 우리 전통가요를 들으면서 위로 받았다. 그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전통가요는 이어져야 한다. 그 당시 노래는 시대를 대변하는 노래다. 그런 노래가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서 많이 힘들었다. 또 질 낮은 노래라고 소외받은 기억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시절에 들었던 노래가 잊히면 안된다는 생각에 꼭 이 노래를 불러주고 들어달라고 했다"라고 '전통가요'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우리의 가요가 100년사라고 한다. 일제시대에 겪은 설움, 해방의 기쁨도 되새기기 전에 전쟁을 겪은 설움이 있다. 고난의 세월이다. 그때마다 우리 가요의 역할이 컸다. 그 노래를 가지고 우리가 서로를 위로 하고, 위로 받으며 애환을 같이 느꼈다. 이게 우리 대중 가요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노래가 영원히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이 그 시절을 보여주기 떄문이다. 이것이 전통가요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미자는 전통가요와 트로트도 구분해서 생각했다.
이미자는 "나는 사실 트로트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대에 설 때마다 관객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트로트의 여왕'이 아니라 '전통가요를 부르는 이미자'라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통가요와 트로트는 분별이 된다. 우리가 어렵고 힘들때 듣고 불렀던 곡이 전통가요고, 그분들의 노고에 힘입어 우리가 풍요롭게 잘 살게 되면서 즐거운 노래가 많아 졌다. 그래서 예전에는 (애환이 담긴) 전통가요와 (즐거움이 담긴) 트로트의 구분이 뚜렸했지만, 지금은 많이 혼재된 것 같다. 나는 전통가요와 트로트를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맥'과 '이음'도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이미자는 "19살에 데뷔해 '동백아가씨'가 히트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TV도 없을 때인데 33주간 1등을 했다. 그럼에도 내 노래는 질 낮은 노래가 됐다. 우리는 하층민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내가 부르는 전통가요는 음폭이 다른 분야보다 넓다. 그래서 전통가요를 부르는 사람은 다른 장르도 할 수 있다"라며 "그런 소외감을 받으면서도 계속 노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파월 장병 위문과 독일 위문도 갔다. 그때마다 내 노래를 듣고 울고 웃고 환영해 주는 것을 보고 긍지를 느꼈다. 그래서 66년을 노래할 수 있었다"라고 66년의 노래 인생을 돌아보았다.
이어 그는 "이 공연이 마지막이고 레코딩 취입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맥을 잇는다는 뜻에서 내가 조언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아낌없이 할 생각이다. 그리고 (주현미, 조항조)이 두 사람이라면 전통가요를 물려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후배들은 많지만 모두를 무대에 올릴 수는 없어서, 대표적으로 여자는 주현미, 남자는 조항조면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데뷔한지도 오래됐고 나이도 경력도 엇비슷해서 두 사람을 택했다"라고 주현미와 조항조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이미자는 주현미와 조항조 다음 세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미자는 "주현미, 조항조 외에 내 공연에 오를 두 사람을 더 생각하고 있다 '미스트롯3' 진 정서주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미스터트롯3'의 진이다. 주현미, 조항조가 대를 물려 줄 수 있는 신인을 예비로 준비한 것이다. 그것이 이번 공연에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조항조와 주현미가 이번 공연에 참여한 이유도 이미자의 이런 뜻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조항조는 "맥을 잇는 다는 것은 선배들이 지금까지 쌓은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간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서양 음악에 치우쳐 전통가요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이 사회와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을 지켜온 선배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미자 선배처럼 시대에 맞에 우리의 음악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이어가다보면, 우리 전통가요가 세계화되지 말란 법도 없다. 전통가요도 언젠가 전 세계에서 불리는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맥을 잇는다는 것은 그런 뜻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햇다.
주현미는 "대중음악을 곧 유행가라고 한다. 그때의 유행을 따라가는 장르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면 유행도 바뀐다. 솔직히 내 아이들은 내 윗 선배들의 노래를 모른다. 하지만 100년의 대중가요사에 등장하는 노래는 다 이야기가 있다. 이 노래들이 우리 서민들의 정서를 대표했다. 그때 서민들이 느낀 애환, 그 애환 속에서도 찾고자 했던 희망과 즐거움이 노래 한 곡에 다 담겨있다. 요즘은 다 편해지고 풍요로워지면서 옛것의 정서에 관심이 많이 희미해졌지만, 역사는 꾸준히 발췌하고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음'의 의미를 되짚었다.
이어 그는 "내 아이들이 옛날 선배의 노래를 모른다고 했지만, 내가 흥얼거린 노래를 전혀 모르면서 따라 부를 때가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이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서가 중요하다. 정서는 일부러 가르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시대의 유행가로 소비된 노래들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음악적으로도 옛 노래 중에 지금 들어도 너무 훌륭한 멜로디가 많다. 이런 좋은 음악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나오는 전통가요도 현재 시대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이런 기조는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공연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끝으로 이미자는 다시 한번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공연임을 알리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이미자는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며서 스스로 단을 올리고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노래를 할 수 없을 때에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용히 나 혼자 사라지고 맥이 끊길 줄 알았는데, 주옥같은 우리의 전통가요가 사라지지 않고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다. 이 공연으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전했다.

'맥(脈)을 이음'은 데뷔 66주년을 맞은 이미자가 전통가요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 공연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이미자는 66년의 가수 인생을 돌아봄과 동시에 전통가요의 맥을 이을 후배와 감동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자의 전통가요 헌정공연 '맥(脈)을 이음'은 오는 4월 26일과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