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행성이 화성과 충돌하는 상황을 모사한 실험에서, 세균이 실제 소행성·행성 충돌 시 발생하는 초고압의 극한 환경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미국 존스홉킨스대 K.T. 라메시 교수 연구팀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행성 충돌을 모사한 실험을 통해 세균이 1~3기가파스칼(GPa) 수준의 고압에서도 생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미생물을 금속판 사이에 끼운 뒤 가스총으로 발사체를 쏘는 방식의 실험을 진행했어요. 이를 통해 소행성이 화성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압력 조건을 재현했으며, 그 결과 일부 세균이 극한의 압력에서도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죠.
라메시 교수는 “생명체가 실제로 한 행성에서 튕겨 나와 다른 행성으로 이동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생명의 기원과 지구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설명했어요.

태양계의 대부분 암석형 천체 표면은 크고 작은 충돌구로 덮여 있어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화성 역시 수많은 충돌 흔적이 남아 있으며, 소행성 충돌로 방출된 화성 운석이 지구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소행성 충돌 과정에서 생명체 역시 함께 방출돼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에 주목해 왔어요. 이러한 가설은 '리소판스페르미아(lithopanspermia)'로 불려요.
연구팀은 기존 실험들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이유로, 다른 행성의 극한 환경에 적응한 생명체가 아닌 지구에서 흔히 발견되는 생물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지적했죠.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칠레 고지 사막에서 발견되는 강인한 세균인 데이노코커스 라디오두란스(Deinococcus radiodurans)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어요. 이 세균이 소행성이 화성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압력을 견딜 수 있는지를 직접 검증한 겁니다.
데이노코커스 라디오두란스는 두꺼운 세포 외피와 뛰어난 손상 복구 능력을 지닌 그람 양성균으로, 극심한 추위와 건조한 환경은 물론 강한 감마선과 자외선, 산화제에도 살아남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연구팀은 이 세균을 금속판 사이에 넣고, 발사체를 최대 시속 480㎞로 가스총에서 발사해 소행성 충돌 후 파편이 화성에서 튕겨 나갈 때와 유사한 1~3GPa의 압력을 가했어요.
이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수심 약 1만1천m)의 수압인 약 0.1GPa보다 10~30배, 대기압과 비교하면 1만~3만 배에 달하는 매우 극한의 압력이에요.
실험 결과 데이노코커스 라디오두란스는 1.4GPa 압력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서 생존했고, 2.4GPa에서도 약 60%가 살아남았습니다.
비교적 낮은 압력에서는 세포 손상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고, 더 높은 압력에서는 일부 세포막 파열과 내부 손상이 발견됐어요. 다만 전사체 분석 결과, 충돌 이후 세포 손상이 빠르게 복구되는 반응이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이 세균이 거의 3GPa에 가까운 압력까지도 견뎌냈다며, 이는 기존에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수준을 훨씬 웃도는 결과라고 강조했어요.
이번 연구는 나아가 강인한 세균이 소행성 충돌로 행성에서 방출될 때의 극한 압력뿐 아니라, 이후 이어질 행성 간 이동 환경도 견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어요.
앞으로 연구팀은 이러한 극한 스트레스에 세균이 적응할 수 있는지, 또 반복적인 소행성 충돌이 더 강인한 세균 집단을 만들어내는지, 나아가 곰팡이 등 다른 생물도 비슷한 조건을 견딜 수 있는지를 추가로 연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