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을 정수해서 마신다면?”…'최악 가뭄' 강릉서 바닷물 차세대 담수화 실험한다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 막증류법 설비 모습. (과기정통부 제공)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 막증류법 설비 모습. (과기정통부 제공)

“바닷물을 정수해서 마시면 되지 않을까?”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먹을 물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강릉 가뭄사태를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질문을 했을 겁니다. 답을 먼저 얘기한다면 “가능하다”입니다.

지구 면적의 70%는 바다가 차지하고 있어요. 바다와 인접한 물 부족 국가나 도시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짠 바닷물을 정수해 마셔도 되는 물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왔죠. 바닷물을 마셔도 될만큼 정수하는 기술은 이미 충분히 개발돼 있어요. 여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쓰이고 있거든요.

문제는 경제성이예요. 바닷물을 정수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에너지 투입비용이 생수를 사먹는 비용보다 월등히 비싸다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겠죠.

비용과 직결되는 에너지의 소비를 낮춘 차세대 바닷물 담수화 기술이 실현 가능한지를 시험하려고 해요. 시험할 장소는 최근 가뭄으로 비상사태를 맞은 강릉입니다.

정부는 강릉 현지에서 바닷물 차세대 담수화 기술 실증을 하기로 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실험할 거예요. 지역적 물 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지 주목되네요.

강릉에서 실증할 담수화 기술은 태양열과 막증류법을 활용한 것으로 KIST가 개발했어요.

차세대 증류법인 막증류법은 뜨거운 바닷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증기압 차에 의해 미세한 구멍이 뚫린 막을 통과해 차가운 담수통에 응축하는 기술이예요. 보편화된 담수화 기술인 역삼투법, 증발법 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담수를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죠.

KIST는 기존 막을 이용한 삼두압증류법에 더해 태양열 에너지를 추가로 활용해 에너지 소비는 30% 낮추면서 담수 생산 효율은 9.6% 높였죠. 태양열 에너지와 수열 히트펌프 결합을 통해 열에너지 소비 저감에 성공, 막증류 공정 에너지 소모 수준을 종전 1kWh/ℓ에서 0.7kWh/ℓ로 30% 낮췄어요.

다만 아직 실험실 수준 실증만 거친 초기 단계 기술이예요. 실제현장에 적용하려면 추가 실증 및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예요. KIST는 이번 현장 실증을 통해 다양한 기반 자료를 확보하고 기술 고도화 및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 과제 및 개선 방안 등을 도출할 계획이죠.

실증할 곳은 강릉지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바다 가까이에 위치한 강릉원주대학교 해양과학교육원이죠. 바닷물을 담수화 설비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실증이 가능하다고 해요. 실증은 이달 중 담수화 설비를 강릉으로 운반 및 설치한 후 10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추진됩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실증을 통해 기존 연구 성과 현장 적용성을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해 가뭄 해소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보다 효과적이고 고도화된 연구 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어요.

오상록 KIST 원장은 “KIST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임무를 설정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가뭄뿐만 아니라 기후와 환경 관련 사회적 현안 해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 혁신적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전했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