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보통 달이나 화성을 탐사하는 로버를 이야기할 때 바퀴나 다리를 가진 모습을 떠올리죠.
바퀴가 달린 로버나 다리가 달린 탐사 로봇은 지형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지만, 급격한 지형 변화나 깊은 분화구에서는 전복될 위험이 있어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텍사스 A&M 대학교의 로버트 앰브로즈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어요.
바로 공 모양의 로봇, 로보볼(RoboBall)이에요.
이름 그대로, 로보볼은 동그란 공처럼 굴러다니며, 기존 로버가 접근하기 어려운 험준한 지형도 탐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답니다.

NASA에서 시작된 구형 로봇 실험
로보볼 프로젝트는 2003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처음 시작되었어요.
당시 앰브로즈 교수는 기존 로버가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 예를 들어 달의 깊은 분화구나 다리형 로봇이 다니기 힘든 모래사장까지 탐사할 수 있는 완벽한 구형 로봇을 구상했어요.
첫 프로토타입은 학생들과 함께 제작되었지만, NASA 내부에서는 우주인용으로 운전 가능한 로버 개발이 우선 과제로 선정되면서 프로젝트는 잠시 보류되었어요.
이 초기 개발 단계에서 로보볼의 핵심 아이디어는 '에어백 속 로봇'이라는 간단한 개념이었어요.
공 안에 진자와 모터를 넣어 진자의 움직임만으로 구체를 굴리는 구조였죠. 이러한 설계는 뒤집히는 문제를 완전히 없애 기존 로버가 실패할 수 있는 험준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인 탐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답니다.
텍사스 A&M에서 부활한 로보볼
2021년, 앰브로즈 교수는 텍사스 A&M 대학으로 부임하면서 로보볼 프로젝트를 재개했어요.
그는 대학원생 리시 장갈레와 데릭 프라베첵을 연구팀에 합류시켜, 초기 NASA 시절의 개념을 현실화하기 시작했어요.

연구팀은 두 가지 시제품을 개발했는데요.
▲로보볼 II: 지름 61cm, 테스트용 프로토타입, 전력 출력과 제어 알고리즘 검증
▲로보볼 III: 지름 183cm, 실제 임무용, 센서, 카메라, 샘플링 도구 탑재
로보볼 II는 주로 다양한 지형에서 실험하며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로보볼 III는 실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장비 탑재와 다양한 지형 적응 기능을 강화했어요.
특히, 로보볼 III는 공기를 넣거나 빼어 접지력을 조절할 수 있어 모래·잔디·자갈 등 다양한 표면에서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답니다.
구르는 로봇만의 독특한 장점
로보볼의 가장 큰 장점은 앞서 이야기했듯, 뒤집히는 걱정이 없다는 점이에요.
바퀴나 다리를 가진 기존 로버는 급격한 지형 변화에서 전복되거나 멈추지만, 로보볼은 완벽한 구형이어서 언제나 자유롭게 구를 수 있어요.
실험 결과, 로보볼 II는 잔디, 자갈, 모래, 심지어 물 위에서도 시속 32킬로미터로 이동할 수 있었어요.
텍사스 A&M 대학교 뉴스 기사에 따르면, 장갈레는 “기존 차량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서 멈추거나 뒤집히지만, 로보볼은 물에서 모래로 굴러 나와도 방향을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로봇이 갈 수 없는 곳으로 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답니다.

학생 주도의 연구와 자율성
이 프로젝트는 학생 주도의 혁신으로도 주목받고 있어요.
장갈레와 프라베첵은 교수님의 지도 아래, 스스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로보볼을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왔어요.
프라베첵은 “모터가 고장 나거나 센서가 분리되면 전체 로봇을 분해해야 한다. 마치 구르는 공에서 개심 수술(복잡한 수리)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로봇이 예상치 못한 일을 해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어요.
앰브로즈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것이 바로 혁신의 핵심이다. 그들은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탐사 도구를 발명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답니다.

실제 환경에서의 테스트와 미래 활용
연구팀은 텍사스 갤버스턴 해변에서 로보볼의 수륙 전환 능력과 지형 적응성을 시험하고 있어요.
물 위에서 굴러 나온 로보볼이 모래 위에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 목표예요.
장기적으로 로보볼은 달 탐사와 지구의 재난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해요. 달 착륙선에서 분화구를 탐사하거나, 드론에 실려 투하되어 홍수 피해 지역을 조사하는 등, 로보볼이 떼로 배치되면 지형 지도화, 생존자 탐지, 데이터 수집까지 수행할 수 있어요.
장갈레는 “허리케인 이후 로보볼이 배치된다면, 침수 지역을 지도화하고 생존자를 찾으며 필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인명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어요.
이제 로보볼이 달을 구르며 만들 새로운 달 지도, 기대되지 않나요?
※ 이 기사의 교육용 PDF 파일은 12일 21:00 이후 업로드 됩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