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자석은 사실 아주 오래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알려져 왔어요.
지금은 전기차, 의료기기, 스마트폰까지 거의 모든 기술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가 되었죠.
그런데 이런 자석은 보통 수백만 개, 많게는 수십억 개의 원자층이 쌓여 만들어져요. 이런 질문이 떠오르죠.
“자석을 단 하나의 원자층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약 15년 전, 이 질문을 들고 국내 한 연구자가 연구에 뛰어들었어요.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물리학 난제
자석은 원자들이 3차원으로 촘촘히 쌓여야 안정적으로 자기 성질(자성)을 유지할 수 있어요.
원자 한 층처럼 얇은 2차원 구조에서는 자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죠.
사실 이 가능성은 1940년대 노르웨이 물리학자 라르스 온사거가 이론적으로 제시했지만, 실험으로는 70년 넘게 한 번도 증명되지 못한 상태였답니다.

73년 만의 증명, 마침내 풀린 난제
서울대학교 박제근 교수 연구팀은 이 난제에 도전했어요.
그리고 2016년, 삼황화린철(FePS₃)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원자 한 층에서도 자성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확인했어요.
무려 73년 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한 순간이었죠.
이 연구는 '2차원 자석(반데르발스 자성 물질)'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여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자석”이 바꾸는 미래
원자 한 층짜리 자석은 기존 자석과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두께가 나노미터 수준으로 매우 얇기 때문에 활용 방식도 달라지죠.
기존 자석은 모터나 스피커처럼 힘을 내는 데 주로 쓰였다면, 2차원 자석은 이런 기술에 더 잘 맞아요.
o 초소형 메모리
o 스핀트로닉스(전자 대신 '스핀'을 활용하는 기술)
o 양자컴퓨팅
특히 전자가 한 방향으로 잘 움직이도록 제어할 수 있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더 빠른 전자소자를 만드는 데 유리해요.

'교과서'가 된 88페이지 논문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를 총정리한 88페이지 분량의 대형 논문인데요.
이 논문이 실린 학술지는 바로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Reviews of Modern Physics'랍니다.
이 학술지는 해당 분야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소수 연구자에게만 “논문을 써달라”고 직접 요청하는 곳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이번 연구는 “이 분야를 대표하는 표준 참고서”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죠.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박제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중요한 메시지도 남겼어요.
지금까지는 “논문이 어디에 실렸나요?”, “인용 수가 얼마나 되나요?” 같은 질문이 많았어요.
이제는 “당신은 어떤 새로운 분야를 처음으로 만들었나요?” 라고 물어야 한다고 했어요.
과학이 발전하려면 기존 길을 잘 따라가는 것뿐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어두운 방'에 들어갈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