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간 우주에 발 묶였던 미 우주비행사들 지구 귀환

(왼쪽부터)부치 윌모어, 알렉산드르 고르부노프, 닉 헤이그, 수니 윌리엄스가 3월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탈라해시 해안에 착륙했다. UPI 제공
(왼쪽부터)부치 윌모어, 알렉산드르 고르부노프, 닉 헤이그, 수니 윌리엄스가 3월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탈라해시 해안에 착륙했다. UPI 제공

8일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에 나갔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로 발이 묶여 9개월간 돌아오지 못했던 미국의 우주비행사 2명이 지구에 돌아왔습니다.

지구로 복귀한 이들 우주비행사는 살이 많이 빠지고 흰머리카락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어서 힘든 우주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의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예요. 부치 윌모어는 남성, 수니 윌리엄스는 여성으로 베테랑 우주비행사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5일 미 보잉의 우주캡슐 '스타라이너'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로 8일간의 임무를 수행하러 지구를 떠났어요. 하지만 스타라이너에 결함이 발견되면서 그대로 ISS에 발이 묶이고 말았죠.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와 부치 윌모어. NASA 제공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와 부치 윌모어. NASA 제공

NASA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우주비행사들을 스타라이너에 다시 태우지 않은 채 무인 상태로 귀환시켰고, 정기적인 우주비행사 순환·교대 임무 차례가 되면 지구로 데려오기로 했어요.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ISS에 체류하면서 지난해 9월 NASA의 우주비행사 순환·교대 임무인 '크루9'을 수행하기 위해 ISS에 도착한 다른 팀(알렉산드르 고르부노프, 닉 헤이그)과 합류해 시설 관리와 우주 실험 등의 임무를 수행해왔어요.

이들은 크루9의 임무가 끝나고 다음 팀인 크루10이 지난 3월 16일 ISS에 도착해서야 지구로 돌아올 수 있게 됐어요. 윌모어와 윌리엄스, 크루9 팀원인 닉 헤이그와 알렉산드르 고르부노프가 함께 지구로 돌아온거죠.

2024년 6월 5일 지구를 출발해 2025년 3월 16일이 돼서야 다시 지구로 돌아왔으니 애초 8일짜리 임무가 9개월 10일로 늘어나게 된거죠.

중력이 없으면 뼈와 근육이 약해져요

지구로 돌아와 우주캡슐을 나온 윌모어와 윌리엄스의 모습은 출발 때와 너무나도 달랐어요. 몸을 가누기가 어려워 주변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것에 실려 이동했어요.

장기간 좁은 우주공간에서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중력과 우주방사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던 거죠.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지구에 있을 때보다 덜 움질일 수밖에 없어서 한 달이 지나면 뼈와 근육이 1% 정도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어요. 그러니 얇아진 다리 근육 때문에 일어서기도 쉽지 않으니 지구로 처음 귀한한 후에는 들것의 도움을 받게됩니다.

중력에 의해 피가 다리로 쏠리는 지구와는 달이 우주에서는 피가 머리로 쏠리기 때문에 눈 압력도 높아져 시력도 나빠진다고 하죠.

우주에는 방사선을 막아줄 대기층이 없어요

우주방사선도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을 끼쳐요. 지구에서는 대기층이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선의 상당부분을 막아주지만 우주에서는 방어막으로 작용할만한 대기층이 존재하지 않아 훨씬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답니다. 피부에 주름이 늘어나거나 탄력이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하얘지는 등 노화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9개월만에 힘들게 지구로 귀환한 여성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의 머리카락도 우주로 떠나기 전에는 갈색이었지만 돌아와서는 흰머리가 부쩍늘고 얼굴이 많이 수척해 보인 것도 그 때문이랍니다.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