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수익 독립운동 자금으로 기부, 독립운동단체 활동
한국인 가운데 미국에서 처음으로 특허를 출원한 사람은 누구일까?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봐야해요. 미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특허를 출원한 사람은 애국지사 권도인 선생(1888~1962)이랍니다.
권도인 선생은 경상북도 영양 출신으로, 1905년에 노동 이민으로 하와이로 이주했어요. 이후 줄곧 하와이에 살다가 1920년 9월 14일 '재봉틀 부속장치에 관한 특허'를 미국에서 출원했고, 이듬해인 1921년 9월 27일에 특허등록을 받았어요.

재봉틀 부속품 외에도 '대나무 커튼'도 발명해 특허로 등록했는데, 이 발명품이 하와이를 비롯한 미주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가구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네요.
그는 사업으로 번 수익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기부했고, 독립운동단체 대한인국민회 등에서도 활동했어요. 우리가 오늘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권도인 선생 같은 훌륭한 분들이 독립을 위해 힘썼기 때문이죠.
아내 이희경 여사(1894~1947)도 하와이에서 국권회복운동과 독립전쟁에 필요한 후원금을 모집 제공하는 등 독립운동을 펼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1998년 건국훈장 애족장(권도인), 2002년 건국포장(이희경)을 각각 추서했어요. 또한 권도인 선생 부부를 2004년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함께 안장했어요.
특허청은 5월 19일 발명의 날 60주년을 앞두고 '주요국 재외 한국인의 발명, 특허출원·등록 등에 대한 역사적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역사사실과 기록을 공개했어요. 또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발명 활동과 독립운동을 펼친 권 선생을 기리며 추모행사를 개최했죠.
추모식은 김완기 특허청장, 장정교 대전현충원장, 권 선생 후손(Paul Stuart Arinaga, 외손자)도 참석했어요. 비문판에 '제1호 미국 특허출원 한국인'임을 새겨 선생의 고귀한 정신을 후대에 전할 계획이라고 해요.
특허청은 연구 결과를 통해 애국지사 강영승 선생(1888∼1987)도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한 발명가였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했어요. 강 선생은 1934년 2월 '식품 및 공정(Food product and process)'이라는 명칭의 특허를 출원해 1936년 5월 등록을 받았다는군요.
아내 강원신 여사(1887∼1977) 역시 부부 애국지사로 미국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쳤고, 정부는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강원신)과 2016년 건국훈장 애국장(강영승)을 각각 추서했어요.
한편 제1호 미국 특허출원 한국인은 권도인 선생이지만, 제1호 미국 특허등록 한국인은 박영로 선생(생몰연도 미상)으로 확인됐어요. 박 선생은 권 선생 특허보다 2일 늦은 1920년 9월 16일, '낚싯대(Fishing-rod)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지만, 권 선생 특허보다 약 4개월 빠른 1921년 5월 10일에 특허등록이 이뤄졌죠.
박 선생 역시 독립운동에 기여한 인물입니다. 재미 독립운동단체인 한국통신부에서 활동한 기록이 남아 있어요.
독립운동과 발명활동이라는 두 시대정신을 함께 실천하며, 대한민국 미래를 꿈꾸던 독립 유공 발명가들의 존경스런 삶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네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