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석탄을 캐던 강원도 태백의 폐광이 미래 우주자원 확보의 꿈을 키우는 실험장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예요.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던 시절에 석탄산업은 국가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석탄 사용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석탄 광산의 대부분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죠.
그 후로 폐광산 갱도가 관리되지 않으면서 석탄 오수가 지역 개천으로 흘러들어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어요. 또한 폐광산은 주로 강원도 깊은 산속에 위치해 다른 시설로 개발해 활용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태백시가 멋진 계획을 내놨어요. 태백시에 위치한 예전 함태광업의 폐갱을 미래 우주자원 확보를 위한 실험장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죠.
달 탐사와 달에 묻혀있는 자원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장치를 실험하는 공간으로 폐광산의 갱도를 활용하는 거죠. 이런 생각은 세계 처음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우주 자원개발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먼저 치고나가는 선점 효과가 기대돼요.
달에는 100만톤 이상의 헬륨3를 비롯한 풍부한 자원이 묻혀 있고, 그 가치가 560경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경이라는 수의 단위가 낯설죠? 1경은 1조의 1만배를 의미해요. 560경은 560조원의 1만배나 되는 수치이니 어마어마하게 크죠.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태백시는 지난 3월 28일 폐갱 현장에서 자원개발 실증 시연회를 열고 관련 청사진을 공개했어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및 해외 기관·기업과 연계해 달 탐사를 추진하고 있고, 향후 탐사기기를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예요.
국내외 관계자와 취재진을 초청해 그동안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협력 기관이 이룬 기술과 장치를 소개했어요.
먼저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이 이동형 우주차량 '로버'를 소개했어요. 로버에는 4개 바퀴가 달려있어요. 개발에 참여한 원자력연 로봇응용연구실 연구진은 “달은 모래가 많은 극한 환경에 처해도 자력 탈출이 가능해야 한다”며 “각 바퀴에 구동력을 갖추고 조향 기능을 더했다”고 설명했어요.

첫 번째 탐사로버에는 다누리 위성에도 실린 감마선 분광기를 비롯한 여러 장치가 달려있어요. 특히 앞면에 비스듬한 각도로 달린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분광기(LIBS)가 눈에 띄는군요. 이 장치를 활용하면 달 표면 50가지 이상의 원소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다고 해요. 김 센터장은 “LIBS를 달 탐사용으로 적용한 것은 우리가 세계 처음”이라고 강조했어요.

두 번째로 본 채굴 로버는 중앙부에 인하대학교가 개발한 채굴기(드릴)이 달린 모습이 이채로웠어요. 아래 지표면을 뚫어 토양 채굴이 가능해요.

세 번째 로버는 보다 작았는데, 달 남극을 2000대 1 규모로 축소해 비슷하게 만든 모형에서 토양을 채취하는 시연을 했어요. 움푹 들어간 크레이터(구덩이)를 무리 없이 지나, 앞면의 채취 장치를 내려 모래를 퍼올리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이밖에 달 표토층에서 물, 산소, 휘발성 기체를 추출하는 달 표토층 자원추출기, 달 표면 자원탐사를 돕는 초저궤도 큐브샛, 달 표면 무선송전시스템, 우주용 히트파이프 원자로 등에 관한 설명도 이어졌어요.
앞으로 이들 달 탐사 장치와 기술 실증이 지하 갱도에서 이뤄질 예정이예요. 김 센터장은 “우주 환경을 모사하려면 차폐되고, 온도가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환경이 필수”라며 “갱도는 달의 지하도 경험할 수 있고, 탑재체를 떨어뜨려 보는 등 실험도 가능해 태백시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했다”고 설명했어요.
앞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태백시와 협력해 연구실험 지원과 국내외 연구기관 및 기업이 협업하는 '태백 K-우주자원융합실증단지'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예요.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우주자원 탐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시작점에 있고, 해외 연구진이 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시설을 전 세계 연구 허브로 성장시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