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종주국 美에 연구용 원자로 설계 첫 역수출 '쾌거'

美 원조받던 나라에서 66년만에 역수출하는 나라로 도약
원자력연 컨소시엄이 美 미주리대 차세대연구로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데니스 클라인 MPR 기술 대표, 맷 샌포드 미주리대 연구로 총괄 디렉터, 문 초이 미주리대 총장, 토드 그레이브 미주리대 이사회 의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손명건 현대엔지니어링 플랜트 사업 본부장, 이재훈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지사장
원자력연 컨소시엄이 美 미주리대 차세대연구로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데니스 클라인 MPR 기술 대표, 맷 샌포드 미주리대 연구로 총괄 디렉터, 문 초이 미주리대 총장, 토드 그레이브 미주리대 이사회 의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손명건 현대엔지니어링 플랜트 사업 본부장, 이재훈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지사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컨소시엄이 미국과 고성능 연구용 원자로 수출계약 체결을 맺었어요. 미국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한 이래 66년만에 기술 종주국인 미국에 원자로 기술을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거죠.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현대엔지니어링·MPR 등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학교 차세대연구로 사업(NextGen MURR)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어요.

이 사업은 미국 미주리대학교의 20메가아트열(MWth)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 건설을 위한 설계 사업이예요.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된 미주리대의 설계 사업에 우리나라 컨소시엄이 참여해 지난해 7월에 최종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죠. 이후 사업의 첫 단계로 4월 17일(한국시간) 초기설계 계약이 이뤄지게 된 거죠.

초기설계는 연구로 개념설계와 상세설계에 앞서 건설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을 비롯한 설계에 필요한 사전단계의 정보를 분석하는 절차예요.

1959년 미국 제너럴아토믹으로부터 도입한 연구로 '트리가 마크-2'.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개발 역사의 시작점이 됐다.
1959년 미국 제너럴아토믹으로부터 도입한 연구로 '트리가 마크-2'.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개발 역사의 시작점이 됐다.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개발의 역사는 1959년 7월 14일 미국 제너럴아토믹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2'를 도입하면서 시작됐어요.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원자력연구소에 설치된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2'는 열출력이 100킬로와트(㎾)였죠. 도입 후 3년이 지난 1962년에 본격 가동되기 시작해서 1995년 가동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나라가 원자력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틀이 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1995년에 최초 연구로인 하나로(30MWth) 원자로를 자력설계·건조·운영했고,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연구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 2017년에는 요르단 연구로(5MWth) 설계 및 건설 사업, 2024년에는 방글라데시 연구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과 네덜란드 델프트 연구로 냉중성자원 제작 및 설치 사업(OYSTER 사업) 등 꾸준한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어요. 수출 확대를 위해 2022년부터는 수출형 신형 연구로(15MWth)를 착공해 건설 중이죠.

미주리대학교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노심집합체 개념도
미주리대학교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노심집합체 개념도

이번에 우리나라 컨소시엄이 최종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1단계 계약을 체결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원자력연이 개발한 세계 유일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예요. 여기에 요르단 연구로 사업 등 과거 해외 연구로 사업의 성공적 수행 경험도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고, 원자력 사업 경험이 많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미국기업 MPR과의 협력도 중요했어요.

과기정통부는 이번 성과에 이어 연구로 해외진출 강화를 위한 전략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예요.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연구로가 노후화되고,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수요 증가에 따라 연구로 수출 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죠. 실제 전 세계 54개국이 가동 중인 연구로 70% 이상이 40년 이상된 노후 연구로라서 앞으로 20년간 50기 정도 수요 발생이 기대됩니다.

우리 정부는 연구로 수출을 촉진하고 연구로 관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연구로 수출 전략성 강화 △민관협력형 수출 기반 조성 및 기술 고도화 △국제협력을 통한 수출 기회 확대 등을 지원해 나갈 방침이예요.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연구로에 대한 전략적 수출을 강화하는 한편 국가전략기술인 선진 원자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원자력 기술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주한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이번 사업 수주는 세계 유일의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과 높은 설계 능력 등 연구원이 쌓아온 독보적인 기술력, 민간 해외사업 역량이 결합한 새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