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인터내셔널인더스트리(이하 하만)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문 자회사 사운드유나이티드(Sound United)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어요.
하만은 삼성전자가 2017년 지분 100%를 인수한 커넥티드 카 솔루션 분야 선두주자예요. 당시 인수금액이 80억달러(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11조2000억원)였으니 이번 사운드유나이티드 인수금액보다 40배 이상이나 높은 금액이었죠.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인수합병 사례였고, 당시 한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여서 대형 뉴스가 됐죠.
그 만한 돈을 투자할 만한 회사였느냐는 논란도 있었어요. 하만 인수 초기에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2017년 인수 첫해 하만의 영업이익은 574억원에 불과했거든요. 하만은 JBL, 하만카돈, 인피니티, 뱅앤올룹슨 등 유명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예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 2024년에는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으로 껑충 뛰면서 삼성전자의 TV, 생활가전 사업부 실적을 능가하는 이른 바 '캐시카우'로 급부상했어요. '탁월한 선택'이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죠.
그 기세를 몰아 이번에는 하만을 통해 마시모의 사운드유나이티드를 인수하게 된거죠. 8년만의 대형투자가 다시 이뤄진 셈이죠.

마시모의 사운드유나이티드에 대해 알아볼게요. 헬스케어 업체인 마시모는 자회사 사운드유나이티드 안에 바워스앤윌킨스(B&W), 데논, 마란츠, 폴크, 디피니티브테크놀로지 등 8개 소비자 오디오 브랜드를 갖고 있어요.
B&W 등은 오디오 애호가 사이에서는 꼭 가지고 싶은 꿈의 브랜드이기도 하죠.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브랜드 B&W는 1대당 1억5000만원이 넘는 노틸러스라는 이름의 럭셔리 오디오 제품도 가지고 있어요. 일본의 첫 음향기기 회사 데논은 CD플레이어를 처음 발명한 115년 전통 브랜드죠. 마란츠는 고품질 음향으로 정평이 나 있는 프리미엄 앰프(오디오 증폭기) 등을 만듭니다.
이번 거래는 마시모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추진됐어요. 마시모는 2022년 4월 사업 확장을 위해 사운드유나이티드를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어요.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다시 3년 만에 매물로 내놓았죠.
삼성전자는 3년 전 거래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회사를 인수하게 된거죠.
올해 말 안에 사운드유나이티드 인수에 관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예요. 그럼 삼성전자는 글로벌 오디오 회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또다른 오디오 회사를 인수하는 걸까요?
삼성전자는 글로벌 오디오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어요. 조사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용 세계 오디오 시장 규모는 올해 608억달러 수준에서 2029년에는 700억달러 규모로 15% 이상 성장세가 점쳐져요.
삼성전자는 그동안 하만카돈 등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무선이어폰, 사운드바, 패밀리허브 등의 사운드 품질을 높여왔어요. 축적된 오디오 기술과 노하우를 이번에 인수하는 브랜드에 적용해 차별점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예요. 달리 말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거죠.
하만카돈, JBL, 뱅앤올룹슨에 이어 B&W도 거느리게 된 만큼 삼성의 일반 소비자용·차량용 오디오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나오는 거죠.
B&W가 BMW 등 프리미엄 차량에도 장착되는 만큼 삼성이 공을 들이는 카 오디오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오디오 사업의 검증된 수익성도 한 몫했어요. 하만 인수 이후 영업이익이 1조원대를 넘어섰고, 올해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되면서 오디오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게 된 거죠.
삼성전자 측은 “이번 하만의 빅딜은 삼성전자의 모바일과 TV 등의 차별화된 음향·오디오 기술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다양한 스피커·오디오 기기와 연결·제어 등 스마트싱스, 차별화된 고객 경험 측면에서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