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타고 굴러다니며 화성을 탐사하는 로버, 상상이 되나요?
현재 젊은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 '팀 텀블위드(Team Tumbleweed)'가 이런 로버를 개발하고 있어요.
연구진이 개발 중인 로버는 바람에 날리는 텀블위드 식물처럼 공 모양으로 만들어져 바람을 타고 이동해요. 훗날 화성의 거친 지형 위를 스스로 굴러다니면서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거랍니다.
최근 팀 텀블위드는 유럽과 미국의 천문학회가 함께 연 회의(EPSC-DPS 2025)에서 실험 결과를 발표했어요. 실험은 풍동(風洞, Wind tunnel)과 야외 지형 테스트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결과가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해요.

바람으로 움직이는 구형 로버
텀블위드 로버는 지름이 약 5미터에 가볍고 동그래요.
전기가 아니라 바람만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넓은 지역을 저비용으로 탐사할 수 있어요.
과학자들은 여러 대의 로버가 한꺼번에 흩어져 화성 표면을 탐사하는 '스웜(Swarm, 무리) 탐사'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하면 한 지역뿐 아니라 여러 곳의 기온, 바람, 먼지 등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죠.
탐사를 마친 로버는 스스로 납작하게 접혀 '측정 기지'처럼 자리 잡아, 오랜 기간 데이터를 보내는 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답니다.

진짜 화성처럼 실험해 봤어요
2025년 7월, 팀 텀블위드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의 '행성 환경 실험실'에서 풍동 실험을 진행했어요.
연구진은 실제 로버의 축소형 모델(지름 30cm, 40cm, 50cm)을 여러 개 만들어, 화성 대기와 비슷한 낮은 압력(17밀리바) 속에서 모래, 자갈, 바위 등 다양한 지면을 재현했어요.
실험 결과, 초속 9~10미터(시속 약 32~36km)의 바람에도 로버가 자연스럽게 굴러가기 시작했어요.
더 놀라운 건, 바람의 힘만으로 11.5도 경사(화성 기준 약 30도)의 언덕도 오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내부 센서들은 굴러가면서도 온도와 압력, 진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했답니다.
팀 텀블위드의 마리오 발세망 박사는 “실험에 사용된 모형은 실제 로버보다 무겁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제 화성에서는 더 약한 바람에도 충분히 굴러갈 것”이라고 공식 발표에서 말했어요.
화성의 바람, 생각보다 강하다
그렇다면 화성의 바람은 정말 그렇게 세게 불까요?
사실 화성의 대기는 매우 희박해서 바람이 잘 안 느껴질 것 같지만, NASA의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와 탐사헬기 '인제뉴어티(Ingenuity)'가 보내온 데이터를 보면, 시속 30~40km 정도의 바람이 자주 관측되었어요.
이 정도 바람이라면 텀블위드 로버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어요.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화성의 바람 주기(낮과 밤의 바람 변화)에 따라 움직일 경우 로버 한 대가 100솔(SOL, 화성의 하루 단위·24시간 37분 23초) 동안 약 422km를 이동할 수 있고, 조건이 좋을 때는 최대 2,800km까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실제 야외 테스트도 성공!
연구팀은 2025년 4월 네덜란드의 한 폐석장에서 지름 2.7미터짜리 시제품 '텀블위드 사이언스 테스트베드'를 이용해 야외 실험을 진행했어요.
이 로버에는 카메라, 자기장 센서, 가속도계, GPS 등 일반 상용 센서들이 장착되었고, 굴러다니면서도 실시간으로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테스트베드에 방사선 센서, 토양 분석기, 먼지 감지기 등 정밀 장비를 더 달아 화성 환경에서의 정확한 데이터 수집 능력을 높일 계획이에요.

다음 목표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다음 실험 장소는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입니다.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고, 화성과 매우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연구팀은 2025년 11월 이곳에서 최소 두 대의 테스트베드 로버를 굴리며 실제 화성 탐사에 가까운 데이터를 얻을 예정이에요.
지금까지의 화성 탐사는 대부분 엔진이나 태양광 발전으로 움직이는 고가의 로버가 맡아왔죠.
하지만 텀블위드 로버는 바람이라는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 넓은 지역을 동시에 탐사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답니다.
아직 우주 기관의 공식 탐사 프로젝트로 선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실험 성공으로 인해 텀블위드 로버가 미래 화성 탐사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어요.
작은 공 모양 로버들이 붉은 행성 위를 굴러다니며 데이터를 모으는 모습,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나요?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