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모래폭풍을 만나 화성에 홀로 남겨졌다. 기지에 남은 식량은 고작 한 달치. 지구에서 구조선이 오려면 549일을 버텨야 한다. 극한 상황 속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생존을 위한 식량 재배에 나선다. 인분으로 거름을 만들어 감자를 키우고, 우주선 로켓 연료에서 추출한 수소를 태워 물도 만든다. 척박한 환경에도 감자밭을 둘러싼 비닐 온실에 물방울이 맺히고 싹이 올라온다. '우주에서 재배한 무공해 감자'를 먹고 버틴 와트니는 지구로 귀환에 성공한다.
맷 데이먼 주연의 마션은 탐사 임무를 수행하다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이 극한 환경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돼 지구로 귀환하는 내용을 다룬 SF영화입니다. 마션의 리들리 스콧 감독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자문으로 영화 속 과학기술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2억㎞가 넘는 지구와 화성간 거리를 고려한 전파의 지연(레이턴시)도 영화 속 스토리에 반영돼 재미를 더합니다.
물론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진 장면도 있습니다. 와트니는 물을 만들기 위해 로켓 원료인 하이드라진과 이리듐 촉매를 이용합니다. 하이드라진은 수소와 질소로 구성된 화합물로 수백도의 고온을 가하면 수소가 분리됩니다. 그러나 이리듐은 녹는점은 2447도, 끓는점은 4527도로 가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작은 불씨로는 도저히 불가능하죠.
인류가 화성에서 살아가는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화성은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비교해 지구와 가장 비슷한 조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실제 NASA는 인류의 화성 탐사와 거주에 대한 연구를 위해 '화성 거주 모의실험' 차피(Crew Health and Performance Exploration Analog·CHAPE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원자들 중 4명을 선발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우주센터에 있는 모의 화성 거주지 '마스 듄 알파'에서 1년여간(2024년 6월~2025년 7월) 생활하도록 했습니다. 면적 158㎡(48평)의 마스 듄 알파는 향후 화성에 착륙할 우주인들이 경험하게 될 생활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거주지입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모의 우주 유영 등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곳에서 농작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화성에 이주해서도 살아갈 수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화성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 지인데요.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이 다목적 초대형 우주발사체인 스타십 시험 발사를 통해 그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국가 중심의 우주개발이 민간 기업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화성 탐사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꿈, 인류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죠.
주니어전자 뉴스팀 j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