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수확기에 애써 키운 곡식을 새들이 다 먹어버린다면 농민의 마음은 타들어 갈 거예요.
예전에는 가을철 황금들녘을 지나다보면 곡식을 지키는 허수아비가 자주 눈에 띄었지만 요즘에는 그마저도 잘 보이지 않네요.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이죠. 이젠 새들도 약아져서 허수아비가 사람이 아닌 것을 알고 있나봅니다.
충청남도가 새로운 실험을 했어요. 잘익은 곡식과 과일을 축내는 새들을 쫒기 위해 드론을 띄운 거죠.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국내 처음으로 드론 스테이션 활용 조류 퇴치 현장 실증을 실시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어요.
이번 실험은 7월 말~8월 초 수확이 가능한 초조생 품종 '빠르미'를 재배 중인 보령 지역 논에서 드론을 띄워 실시했어요. '조생'은 농작물이나 과일이 보통의 시기에 비해 빨리 성숙하는 것을 뜻해요. '초조생'은 그 보다 훨씬 더 빨리 성숙되는 것을 의미하죠.
벼가 잘 익은 황금 들녘은 참새들의 표적이 되곤 하죠. 외딴 논의 경우 곡식은 한정돼 있는 반면 곡식을 따먹으려는 새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곡식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요.
빠르미 논의 경우도 벼가 일찍 여물기 때문에 푸른 논 가운데 '나홀로' 황금 들녘을 연출하며, 외딴 논과 다름없이 참새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대요.
벼 재배 농가는 황금 들녘 사수를 위해 허수아비를 세우고, 반짝이 테이프를 매달며, 새그물과 새망, 화약총, 대포나 레이저까지 동원해 참새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죠. 그러나 이들 참새 퇴치 방법은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없는 경우도 있어요. 기대할 수준은 아니라는 거죠.
농업기술원의 드론은 스테이션을 스스로 이륙해 논 구석구석 미리 정해둔 경로를 비행하게 프로그래밍했어요. 비행 중에는 조류가 싫어하는 소리도 만들어내서 참새들을 쫓는 효과를 높였어요.
배터리가 소진될 거 같으면 자동으로 스테이션에 돌아와 충전하고, 완충되며 다시 이륙해 새쫒기 임무를 수행하죠.
드론은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농업인은 앱으로 드론 작동 또는 중지명령만 내리면 돼요.
지난달 보령에서 실시한 실험을 통해 농업기술원은 드론 비행 시 참새가 달아나며 △수량 감소 피해 최소화 △조류 퇴치를 위한 노동력 절감 △조류 피해에 따른 농업인 정신적 스트레스 저감 등 효과를 올린 것으로 분석했어요.
윤여태 농업기술원 쌀연구팀장은 “군집을 이룬 참새들이 잘 익은 논에 내려앉아 자식처럼 키운 곡식을 먹어 치워도 농업인들은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드론 스테이션 시스템은 참새로부터 논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어요.
윤 팀장은 이어 “이번 실증에서는 1대를 투입했으나, 여러 대의 드론이 동시다발로 비행한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며 “드론 스테이션 시스템의 높은 가격은 일반 활용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나, 서양 조정 또는 기술 진보 시 적정 수준으로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죠.
또 “드론 조류 퇴치는 벼뿐만 아니라 콩 등 밭작물에도 적용이 가능하며, 조류 퇴치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는 열화상·광학 카메라를 이용한 작물 생육 모니터링, 병해충 감시, 볍씨 파종과 농약·비료 살포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