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암 조직에만 찾아가 빛을 내는 박테리아 만들어

빛 발산 박테리아를 활용해 수술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한 것
빛 발산 박테리아를 활용해 수술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한 것

몸 속의 암 조직에만 찾아가 빛을 발산하는 박테리아를 우리나라 연구진이 만들어냈어요. 암을 수술하는 의사는 반짝이는 암 부위만 손쉽게 골라내 떼어 낼 수 있으니 수술 정확도를 높이고 실수를 방지할 수 있겠군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암을 표적으로 삼는 박테리아를 몸 안에 주입한 후 형광 신호를 발산하는 방식으로 암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차세대 수술 '조영'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어요.

여기서 '조영'은 '비칠 조(照)'와 '비칠 영(映)' 한자가 결합된 단어로 '비치어 반짝인다'는 의미예요.

수술 중 암 부위를 선명하게 밝혀 잘라낼 부위를 정밀하게 떼어 낼 수 있으니 암이 다시 발생할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과 기대할 수 있겠어요.

이 연구에는 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서승범 박사와 KIST 화학생명융합연구센터 김세훈 박사, 충남대병원 이효진 교수팀이 힘을 모았어요.

연구팀은 암 조직에서만 빛을 발산하는 특수 박테리아를 설계했어요. 이 박테리아는 몸 속에서 최대 72시간 동안 빛을 내뿜을 수 있고, 복잡한 내장 기관들 사이에서도 암 부위만 골라 표시해줘요.

마치 지도 위에 있는 어느 건물에 불을 밝히는 것처럼 외과의사가 맨눈으로 암을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지금까지는 이런 빛을 내는 조영제를 사용하려면 암 종류마다 각기 다른 조영제를 개발해야 했지만, 이 기술은 모든 암 조직이 공통적으로 갖는 저산소 상태와 면역회피 특성을 인식해 반응하기 때문에 어느 암이든 다 사용할 수 있어요.

밝기는 지금까지 쓰여온 조영제보다 약 5배나 밝고, 근적외선 대역을 사용하는 불빛이라서 수술 내시경 및 영상 장비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수술 로봇이나 영상보조 장비와 결합하면 수술 중 실시간 영상 정확도를 높이면서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대요. 또한 국내외 주요 병원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형광 수술장비와 연계해 사용할 수 있어서 실제 임상현장에 손쉽게 적용하거나 기술을 대중화하기가 쉽다는군요.

연구팀은 해당 박테리아를 기반으로 진단·수술·치료를 아우르는 통합 암 치료 플랫폼으로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예요. 이 박테리아는 암 조직을 정확히 찾아가 항암제나 치료 단백질을 탑재한 치료 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다네요.

연구팀은 이 기술이 실제 의료현상에서 이른 시일 안에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에 한창입니다.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