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천문연구원은 세계 최대 남반구 밤하늘 관측 사업인 '차세대 시공간 탐사 관측(LSST: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을 이끄는 베라 C. 루빈 천문대(이하 루빈천문대)가 첫 영상을 공개했다고 24일 밝혔어요.
칠레 중부에 위치한 루빈천문대는 구경 8.4미터(m)의 탐사 전용 대형망원경인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을 이용해 남반구 전체 밤하늘을 관측하는 LSST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죠. 이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칠레 등 전 세계 30여 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어요.
2015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지난 3월 LSST 카메라를 설치했고, 이번에 첫 번째 관측 영상을 공개한 거죠.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카메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른 LSST 카메라는 3.2기가픽셀로, 보름달 45개가 들어갈 만큼 넓은 하늘 영역을 한 번에 관측할 수 있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남반구 하늘 전체를 6개 광학 필터로 3~4일마다 한 번씩 스캔하면서 10년 동안 관측할 계획이예요.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처녀자리 은하단의 일부와 새롭게 발견된 소행성을 포함하고 있어요.
관측한 대용량 자료는 실시간으로 처리돼 세계 여러 나라 천문학자들이 천체 밝기와 위치 변화 등 우주 변화를 빠르게 확인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입니다. 자료를 활용하면 어두운 천체를 포함한 고해상도 우주 지도를 만드는 게 가능해지고, 앞으로 10년 동안 우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할 수 있게 돼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천문연구원이 LSST 자료접근권을 확보했어요. 한국천문연구원은 2011년 미국으로부터 프로젝트 참여 요청을 받은 이후 지난해 11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및 에너지부(DOE)와 자료접근권 확보 협약을 맺었어요.
이에 따라 관측 전문인력 제공 및 공동 인력양성, 신속한 후속 관측을 위한 천문연구소 관측시설인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활용과 LSST 자료 배포 및 분석을 위한 지역거점 데이터센터도 운영하게 되죠.
한국 측 연구책임자 신윤경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순간 포착하는 데 그치는 단기적인 관측이 아니라 10여 년에 걸쳐 우주에 일어나는 변화를 관측함으로써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타임랩스 영화처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역동적으로 변하는 우주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그 기원을 조사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어요.
박장현 천문연구원 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 망원경으로 한국 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LSST 관측자료를 통해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 학계에 인공지능(AI), 기계학습법을 활용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어요.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